회장 교체 때마다 전략 바뀌는 포스코…최정우號 투자 기조는?
입력 2018.08.06 07:00|수정 2018.08.06 16:38
    포스코 '재무통' 출신 신임 회장
    IB와 교감 늘어날 것으로 기대
    리튬전지·북한 관련 신사업 가속도 붙을 듯
    내부 지지 끌어내는 것 숙제
    • 포스코는 최근 수장이 바꿀 때마다 그룹의 전략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에는 해외자원 개발에 방점이 찍혔다면, 권오준 전 회장은 구조조정이 테마였다. 이에 새 수장을 맞이한 포스코가 어떤 전략을 펼칠 지가 투자은행(IB)업계의 관심이다.

      신임 최정우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는 신성장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재무통인데다 권 회장 시절 구조조정을 지휘했다는 점에서 무리한 확장 정책은 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2009년 회장에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해외자원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우인터내셔널, 성진지오텍 등 굵진한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인수한 기업만도 10여곳이 넘는다. 당시 포스코는 IB업계 큰 손이었다. 다만 해외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포스코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

      후임자인 권오준(2014년 취임) 회장은 비용절감,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정 전 회장이 벌린 사업을 줄이는 데 나섰다. 호주, 베트남, 캐나다 등지에 투자한 지분 매각 등 해외사업을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포스코는 IB들에는 먹거리 없는 회사였다. 권 전 회장 시절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례도 손에 꼽힌다.

      지난달 새롭게 취임한 최정우 회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분야의 실적이 꺾이면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분기 포스코는 철강 판매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8221억원)이 전분기 대비 19% 감소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무역분쟁과 중국 철강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를 메울 새로운 사업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 덩달아 IB들도 바빠지고 있다. 증권사, 회계법인 등은 포스코 팀을 강화하며 앞으로 있을 거래에 대비하고 있다. 최 회장이 가치경영센터장을 맡는 등 그룹 재무전략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추진력이 좋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재무에 밝다 보니 IB와 적극적으로 교감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지난달 회사채 발행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지만 이전보다는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당장  최 회장이 직접 밝힌 에너지소재 부문의 자회사인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포스코 계열사 내에서 리튬이온 전지에 쓰이는 음극재는 포스코켐텍이, 양극재는 포스코ESM이 담당한다. 최 회장이 취임사에서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을 통합해 R&D와 마케팅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양사의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임 회장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 통합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양사의 성장성에 대하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전부터 추진된 해외 자회사 기업공개(IPO)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포스코는 중국법인 장가항포항불수강(張家港浦項不銹鋼·ZPSS)을 비롯해 멕시코 등의 계열사 IPO를 준비해 왔다. 일부 IPO는 해외 IB를 주관사로 선정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이 권오준 전 회장 시절 포스코가치경영 센터장을 맡으며 그룹 재무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정책 연속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보다 활발하게 회사채 시장을 두드릴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지난달 포스코는 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동안 회사채 시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터라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최 회장이 신성장 동력 발굴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전보다 회사채 등을 통한 자금조달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 회장은 북한 개발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직접 북한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북 사업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관련 팀을 꾸린 회계법인 등에서 앞으로 포스코의 북한 투자관련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다만 급격하게 드라이브를 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보다 외부 견제가 심해진데다, 정 전 회장 시절의 무리한 확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자원외교의 책임자로 지목 받는 상황에서 임기 초부터 무리하게 신사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으로 경영에 있어 외부 간섭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내부의 지지를 끌어 내는 것도 숙제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주요 인사들이 그룹을 장악했다는 불평이 나온다. 일명 ‘포피아’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이 큰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