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 때와는 사뭇 다른 BMW코리아
입력 2018.08.06 07:00|수정 2018.08.03 15:04
    폭스바겐, 서류 조작으로 2년간 판매중지
    BMW, 7개월새 28대 차량 화재에 늑장 리콜
    인명사고 가능성에도 판매·운행중지 조치 움직임 없어
    "리콜 이끌었지만 소극적"…김효준 대표 책임론도
    • BMW 520d 차량에 또 불이 났다. BMW코리아는 지난 1월부터 7개월 동안 30여대에 가까운 차량에 화재 사고가 났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다가 지난달 26일에야 리콜을 발표했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뒤늦게 ‘늑장 리콜’을 문제 삼아 조사에 들어갔다.

      소비자들은 패닉 상태다. 늑장 리콜과 피해 보상도 문제지만 목숨을 담보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판매 중지 또는 운행 중지 수준의 조치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서류 조작 건만으로도 정부가 판매 중지에 나섰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때와는 사뭇 대응이 다르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BMW코리아가 밝힌 리콜 대상은 BMW 520d을 비롯해 총 42개 차종 10만6317대다. BMW코리아가 운영하는 조회 홈페이지에서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청’과 ‘실시’가 더뎌 BMW 운전자들에게 큰 불만을 샀다. 불만이 고조될 기미를 보이자 BMW코리아 측은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2주일 내에 긴급 안전점검 서비스를 마치겠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손을 놓고 있다가 BMW코리아가 리콜을 실시하기로 하자 지난 2일 “화재 원인 조사 과정에서 파악하고 확인해 볼 것”이라며 뒤늦게 ‘늑장 리콜’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다. 늑장 리콜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최대 7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맞을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조치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 그리고 리콜만으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냐는 것이다. 불이 난 차는 모두 2016년 11월 전 만든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장착 차량이다. EGR은 BMW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장치다. BMW는 같은 해 12월부터는 개량된 EGR을 썼다. BMW가 2016년 11월쯤 EGR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개량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러모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때와 비교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7월 환경부는 인증서류 위조와 관련해 아우디폭스바겐 47개 차종 20만9000여대의 인증을 취소하고 판매중지한 사례가 있다. 재인증을 거치기 전까지 판매금지처분은 2년간 유지됐다. 상황의 경중을 놓고 봤을 때 BMW의 문제가 더 심각하지 않냐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앞서 폭스바겐은 환경과 관련된 서류 조작건으로 정부가 사실상 국내 판매 중지 조치를 받았는데, BMW는 차량 28대가 정확한 원인 규명도 안된 채 불이 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차는 팔리고 또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회사가 정부 모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선 대대적 리콜을 주장하는 BMW코리아와 부분적 리콜을 앞세운 독일 본사 사이의 견해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대대적 리콜을 이끌어 낸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리콜도 중요하지만 차량 결함에 따른 결과가 인명피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화재사고라는 점에서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독일 BMW 본사 차원의 검증도 요구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5년 무렵부터 BMW 화재 사고가 불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19년째 BMW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효준 대표의 조치도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BMW 차량의 판매중지나 운행중지 등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현행법상 자동차 제작결함으로 제조나 수입,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30조의3에 따르면 수입이나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경우는 ▲허위 자기인증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자기인증 ▲자기인증 내용과 다른 자동차·부품 판매 등으로 대부분 자기인증과 관련한 사항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인증취소(판매중지), 과징금, 리콜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리콜 명령에 불응할 경우 판매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BMW 차량은 리콜이 진행 중이어서 해당되지 않는다.

      다른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경우 미국에서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불거졌고 이 때문에 정부도 뒤늦게나마 판매 중지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었던 것에 비해 BMW의 차량 화재 사고는 국내에서 주로 발생하다보니 독일 본사에서 이를 인지하려는 의지가 크지 않다보니 정부 부처도 판매정지나 운행정지 같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길 꺼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폭탄 BMW에 판매금지령 내려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BMW 차량의 주차 금지 안내문이 붙는 주차장들이 등장했다.

      국토부는 3일 BMW 차량과 관련해 '운행자제'를 권고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사고원인 조사와 관련해선 관련 기관과 민간전문가를 참여시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발견되는 문제에 대해선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금까지 정부 기관과 BMW의 대응과정이 적절했는지도 함께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BMW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 "10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