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내 발표한다더니"…지지부진한 현대차·삼성전자 협력안 발표
입력 2018.08.07 07:00|수정 2018.08.06 16:48
    지영조 현대차 사장 " 6개월 내 삼전 협력방안 발표할 것"
    지배구조개편 마련 시급한 현대차
    규제 이슈 산적한 삼성그룹
    협력 움직임 '잠잠'…양사 현안 고려 "늦춰질 가능성"평가
    • 삼성전자와 협력계획을 발표하겠다던 현대자동차의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인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사장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6개월 내 삼성전자와 협력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확보, 즉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터라 지 사장의 발언은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기 충분했다. 여기에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대차와 협력에 대한 질문에 "가능성이 늘 열려있다"고 답하며 양사의 협력이 실제로 이뤄지는 듯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Harman international)을 인수하면서 자동차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고,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분야를 선점해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커넥티드카 분야는 정의선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올해 10곳이 넘는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중국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Baidu)와 ▲커넥티드카 ▲음성인식 서비스 ▲인공지능(AI) 로봇개발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사실 현대차와 삼성의 관계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현대차그룹에 남아있는 삼성에 대한 특유의 견제심리 때문이다. 1980년대, 삼성그룹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대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외환위기 직후 프랑스의 르노(Renault),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며 국내시장 독보적 1위였던 현대차를 위협했다. 그 당시부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에 공분을 사며 현대차의 삼성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 사장의 삼성전자와 협력 계획 발표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였지만, 양사 모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주를 이뤘다. 양사의 연결고리가 형성되면 현대차는 세계 1위의 전자업체를 파트너로 맞이하는 효과를, 삼성전자는 세계 5위권 완성차 업체를 파트너로 맞아 탄탄한 수요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아직 양사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사업적인 부분보다 거버넌스 및 정책적인 이슈가 더 부각되면서 협력 방안 발표가 다소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다시 마련하는 게 가장 큰 현안이다. 한 차례 구조개편에 실패한 후 사실상 마지막 시도가 될 것이란 점에서 투자자들 대부분을 만족시킬만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판매는 부진한데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선 수입차의 공세에, 중국에선 현지 업체들의 성장, 미국에선 관세 이슈에 시달리면서 대내외 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규제 정책의 대부분은 삼성그룹을 향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익재단을 통한 계열사 지배 금지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제 ▲보험업법 개정안을 비롯해 10여건 이상의 신규 규제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3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 연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삼성그룹이 사업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자본시장에서 활동 또한 급격히 줄어 회사채 시장의 큰손이었던 삼성그룹은 수년째 채권자본시장(DCM)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자회사들의 자본조달 또한 사모를 통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하고, 삼성전자와의 협력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쇄신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현대차보다 비교적 급할 게 없는 삼성그룹은 부회장의 재판을 비롯해 산적해 있는 과제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현대차와 협력을 비롯한 대대적인 사업 확장발표는 다소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