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나스닥 상장 폐지, '태양광 발빼기 vs 확장 채비' 상반된 시선
입력 2018.08.07 07:00|수정 2018.08.06 16:49
    나스닥 통한 자금조달 꾀했지만 거듭 실패
    미·중 무역전쟁으로 태양광 업황 하락 가속화
    지배구조 단순화로 한화케미칼 통한 지원 용이
    "당분간 구조조정 가능성 vs. 확장 기회 볼 것" 해석 엇갈려
    • 한화그룹의 태양광 계열사 한화큐셀이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그룹 차원의 상징성까지 부여됐던 미국 나스닥 시장을 포기하면서, 배경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화큐셀은 한화그룹이 지난 2010년 인수한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한화솔라원으로 변경)와 2012년 인수한 독일 큐셀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한화그룹은 나스닥 상장사였던 한화솔라원을 통해 독일 큐셀을 흡수합병해 우회상장 효과를 거뒀다. 합병 이후에도 나스닥 상장을 유지하며 미국 증시를 통한 투자 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룹 승계자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인수를 주도한 만큼 국내에서 한화그룹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성과를 보이겠다는 상징성을 가지기도 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한화는 통합 한화큐셀을 통해 지금까지 수 차례 현지 기관 접촉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체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지난 2015년에는 5억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고려했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일정을 연기했다. 당시 나스닥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허가받고 증자 한도도 받아뒀지만 올해면 기한이 끝난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발발하며 태양광 제품이 관세 장벽에 포함되기도 했다. 회사도 "미국 내에서 외국계 태양광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자금 조달 채널로써 활용도가 하락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상장 폐지 절차 이후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방향성을 두고 저마다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한화그룹이 태양광 분야 확장 전략을 재검토하는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큐셀의 상장 폐지 이후 고강도의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을 통해 내실화에 집중할 것이란 시각이다. 한화큐셀과 한화케미칼은 사실상 명목만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투자 및 증설은 곳간이 두둑한 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을 통해 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자회사 한화토탈의 호황이 이어지며 배당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화그룹이 웅진에너지와 빠른 관계 단절에 나선 사례도 언급된다. 지난해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제품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웅진에너지 지분(8.04%)을 확보해 상호 협력을 맺었다. 하지만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된 직후 해당 지분을 시장에 전량 매각하면서 화제가 됐다. 업계에선 태양광 업황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한화 측이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봐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오히려 추가적인 M&A 등 태양광 영토 확장을 둔 숨 고르기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한화큐셀은 이번 합병으로 '한화케미칼-한화솔라홀딩스-한화큐셀' 구조에서 '한화케미칼-한화큐셀'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 모회사 한화 케미칼을 통한 자금조달도 쉬워졌다. 상장 폐지를 통해 외부 주주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회사 운영에 주도권을 확보하고, 단기간 적자를 감수하고 경쟁사 고사로 산업 재편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다.

      최근 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세계 5위권 이내 외국계 태양광 기업들도 상장폐지를 끝냈거나 진행 중인 상황이다. 트리나솔라(Trina Solar), JA솔라 (JA solar)는 각각 작년 3월과 올해 3월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됐다. 캐나디안 솔라(Canadian Solar)는 현재 상장 폐지 작업 진행 중이다. 일차적으론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배경으로 언급되지만, 치킨게임을 위한 전초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상장을 유지할 경우 주주에게 원가 등 일정 정보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불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태양광 산업 내 다음 '치킨게임'은 중국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한화큐셀이 주도하는 업황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라며 "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킨게임 이후 향후 추가 M&A 등을 통해 활발한 몸집 불리기 나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올해 초에는 한화그룹의 M&A 작업을 총괄하는 민구 상무가 기존 경영기획실에서 한화큐셀 미국 법인장(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김동관 전무와 함께 현지에서 M&A 매물들을 활발하게 물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른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전체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는 가운데 그나마 한화큐셀이 영업이익을 내기 때문에 단기간 손실을 감수하며 영업이익률을 1~2% 수준만 포기하더라도 버티지 못할 경쟁사들이 산재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4~5위권 회사들이 매물로 나올 때 한화큐셀이 인수해 사세를 빠르게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