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5G·바이오·전장에 25조원 투자 선언
"투자 방향성 환영" vs "구체적 청사진 없다"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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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라는 점에서 막연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기존 투자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돼 있던 투자 범위를 확대해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 부문에까지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탓에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난해 시설·설비투자(CAPEX)는 약 47조원 수준이었다. 이중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부분(43조원)을 차지했고, 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각각 1조원 내외의 투자를 집행했다. 수주 산업에 속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등의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삼성그룹의 시설·설비투자는 2015년과 2016년엔 각각 28조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완공돼 라인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 평택 1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천안 공장 등에 대한 투자가 진행된 영향이 컸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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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시설·설비투자 확대와는 별개로 신사업을 위한 투자 활동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한 해 십여 건 이상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던 모습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사라졌고, 하만(Harman) 경영권 인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 또한 찾기 어려웠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책은 크게 늘었다.
결국 지난해부터 보여준 삼성그룹의 투자 방향과 올해 초 밝힌 계획 등을 비춰볼 때 연간 50조원 안팎의 시설·설비 투자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평택 2공장 투자를 비롯해 업황에 힘입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의 투자 확대는 이미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투자 규모는 약 30조원 남짓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80조원 투자 발표에서 사용한 단어인 '사상 최대', '미래성장' 등은 크게 새로울 것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이번 발표에서 정량적인 투자 규모보단 '청년고용', '스타트업 지원', '산학 협력', '협력사 지원' 등에 상당한 방점이 찍혀있다"고 했다.
삼성의 추가 투자는 주로 AI·5G·바이오·전장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분야에 대한 예상 투자금액은 25조원 수준이다.
삼성그룹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통해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아직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삼성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있는 분야다. 하만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전장 부분도 마찬가지로 핵심 신사업 분야기이긴 하지만 인수 후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AI와 5G 분야에 대해 "AI가 4차 산업혁명의 기본 기술인 만큼 연구 역량을 대폭 강화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5G 상용화를 계기로 칩셋과 단말, 장비 등 전분 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주도해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의 이 같은 사업 방향성에 이견을 나타내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가전사업(CE) 분야의 점유율은 이미 정체 상태고, IT·모바일(IM) 분야의 성장세도 꺾이기 시작했다. 반도체(DS) 분야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업체들도 견제해야 한다.
다만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전문 인력 수급과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자칫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사실상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회사인데 구체적인 전략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을 오롯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대한 전략 수립과 투자 계획 발표는 환영할 만하지만 투자자들이 납득할만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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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