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생명 조직 관리 도마위…직원들 이탈 심각
입력 2018.08.21 07:00|수정 2018.08.22 09:37
    핵심부서의 능력있는 직원들 이탈
    부서장은 자리지키기에 나서
    임원이 공식석상에서 일부 부서장들 '적폐세력'으로 칭해
    생보사 M&A 나설게 아니라 조직관리 나서야
    • ING생명이 신한금융그룹으로 새 둥지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심은 KB금융그룹으로 모이고 있다. 역시 ING생명 인수를 검토했던만큼 어떤 대안을 마련할까 여부다.

      다만 비교 후보군이었던  KB생명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가 나온다. 조직 전반의 위기감과 이에 대한 경영진의 관리 능력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내실 다지기'에는 신경을  안 쓰면서 그간 M&A를 통한 한방만 기대해 왔다는 비판이다.불만을 품은 직원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일단 최근 KB생명 직원 이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리스크관리부, 상품개발부, 회계부, 자산운용부, 계약부 등 회사 주요부서의 중견, 신입사원들이 연쇄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계리부장은 수개월 동안 공석상태다. 내부적으로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아서 GA대리점 관리, 재보험금 지급 관리 등에 구멍이 뚫렸다.

      한 KB생명에서 퇴사한 직원은 “조직관리에 문제가 생기면서 요 근래 직원 퇴사율이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업계 대비 처우가 안 좋다 보니 이직율도 높고 남은 사람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지주 혹은 KB금융그룹내 다른 계열사 출신 임원들이 한 자리씩을 차지하다 보니 내부 승진은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서장들은 어차피 임원이 못 될 거 성과보다는 '자리 지키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허정수 KB생명 사장부터가 외부인사다. 허 사장은 그룹의 재무라인으로 통한다. LIG손해보험 인수 등의 주역이지만 정통 보험맨으로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KB금융 관계자는 “허정수 사장은 주택은행 시절 재무라인 3인방(윤웅원, 양종희, 허정수) 가운데 가장 후발 주자로 지역과 주택은행 출신 안배의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윤웅원 전 KB카드 대표가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할 당시 챙긴 인사로, 윤종규 회장의 인사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는 내부 평가도 있었다.

      조직관리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다. 단적인 예가 ‘PC오프제’ 테스트 기간에 나타난 모습이다.

      PC오프제는 정해진 시간에 PC가 자동으로 종료돼 일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PC가 종료된 이후 추가 근무를 하려면 부서장 결제를 받아서 별도로 PC오프제를 해제해야 한다. 회사는 이 자료를 기반으로 인력 재배치를 한다는 방침인데, 부서장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

      즉 이전의 업무 태만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 부서장들이 직원들의 야근을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직원을 타 부서로 뺏기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것. 직원들의 익명 소통창구인 ‘블라인드’에는 부서장들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심지어 한 KB금융 출신 임원은 공개석상에서 이런 행태를 보이는 부서장들을 ‘적폐세력’이라고 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성과제도에 대한 불만도 크다. 작년에 KB생명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노조가 없다 보니 직원들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동의 절차 없이 이를 강행했다. 이러다 보니 타계열사에서 KB생명에서, 혹은 KB생명에서 타 계열사로 이동이 다른 계열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원활하지 않다는 내부 지적도 있다. 타 금융계열사에선 처우도 낮고, 체계도 안 갖췄다는 판단에 KB생명으로 이동을 꺼리게 된다는 것.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ING생명 등 타 생보사 인수를 검토해 온 것 자체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내부 시스템도 정비가 안된 마당에 덩치 큰 생보사 M&A 인수한 이후에 관리가 제대로 되겠냐는 지적이다. 금융지주에서 M&A 한방으로 경쟁력 있는 생보사가 될 것이란 기대만 품고 있다는 비판이다.

      반면 신한생명은 보험사 출신 외부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고 내실경영에 박차를 가하며 조직 안정화가 이뤄졌다. 외부 인재 영입뿐만 아니라 내부임원 승진을 독려해 직원들의 사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덕에 신한생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962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나 급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한다면 신한금융 내 생보사는 업계 5위의 보험사로 거듭난다”라며 “업계 17위의 KB생명과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