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는 '유탄'에 휘청…"터키 관련 딜 당분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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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갈등으로 인한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이 국내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년 새 환율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며 대규모 환손실이 발생한터라 관련상품 수익률에 빨간불이 커졌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 등 창구를 통해 개인 및 기관 투자가에게 판매된 리라화 채권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이후 올 초까지 금리가 높은 신흥국 채권이 인기를 끌며 한국투자증권이 300억원, NH투자증권이 150억여원 규모의 리라화 채권을 중개해 시중에 판매했다. 터키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2년물이 13% 수준에 달했다. 일부 동유럽·이머징시장에 투자하는 채권펀드도 터키 채권을 담았다.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재간접펀드를 제외하면 터키 증시에 직접 투자된 자금은 채권보다 적은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공모 펀드 중에서는 신한BNP파리바운용과 키움자산운용의 동유럽 펀드가 터키 증시에 투자했다.
6월말 기준 신한BNP동유럽플러스 펀드가 14%, 키움이스턴유럽펀드가 6%의 비중으로 터키 주식을 보유했다. 두 펀드의 총 설정액은 480억원 수준이다. 현재 두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각각 -20.7%, -14.3%로 다소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1400억여원으로 파악된다. SC제일은행이 452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KEB하나은행이 387억원, 우리은행이 334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권 전체 익스포져의 0.1%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러당 3.5리라 수준이었던 달러-리라 환율은 이달 초 한때 달러당 7.2리라까지 치솟았다. 그 여파로 원-리라 환율 역시 리라당 300원대에서 한때 165원까지 급락했다.
환율에 헷지(위험회피)를 해놓지 않았다면 환율로만 40%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금융 불안 여파로 터키 증시도 급락했다. 터키 증시 대표 지수인 BIST100 지수는 올해 초만 해도 12만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25%가량 떨어진 9만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터키에서의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 국내 금융권의 반응은 관망세에 가깝다. 터키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손실이 나더라도 감내가 가능한 까닭이다. 8조원 가까운 국내 자금이 투입된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했을 때와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자기자본투자(PI)로 터키 채권에 100억원 가량 투자했다가 상반기에 환매해 큰 손실을 피했다"며 "프라이빗뱅커(PB) 채널을 통해 리라화 채권에 투자한 일부 자산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로존 위기 전이 여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일본계 대부업체인 산와머니가 리라화 채권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가 환손실로 120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된 사례가 오히려 눈에 띈다는 평가다. 초저금리인 일본에선 신흥국 중 비교적 경제 입지가 탄탄하고 금리가 높은 터키 투자가 일반화돼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리라화 자산 펀드 투자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2500억엔(약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6월 기준 엔-리라 한달 거래액만 1조4000억엔(14조원)에 달했다.
다만 국내 기업 중 CJ CGV는 이번 터키발 금융불안의 직접적인 유탄을 맞고 있다. 지난 2016년 터키 1위 영화체인사업자인 마르스를 인수하며 메리츠종금증권과 맺은 총수익스왑(TRS) 계약에 환 헷지가 걸려있지 않은 까닭이다.
CJ CGV는 이미 리라화 하락이 시작된 지난해 513억원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연중 최저치인 160원대 중반의 원-리라환율이 올해 말까지 유지될 경우 올해 500억여원의 손실을 추가로 계상해야 한다. 여기에 터키 내수 위축으로 인해 성장성이 떨어질 수도 있을 거란 우려가 겹치며 최근 2달 새 CJ CGV 주가는 35%나 하락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터키와 관련된 투자나 거래는 그 어떤 것도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인수합병(M&A)은 미국과의 관계가 회복·안정화될 때까진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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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1일 10:1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