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지속에도 채권 수요 견조?...변동성 위험에 노출된 한전
입력 2018.08.23 07:00|수정 2018.08.24 10:31
    3분기 연속 적자...탈원전에 연료비 부담
    주가 하락과 무관하게 채권 수요는 견조
    단기물은 증권사, 장기물은 은행 등으로
    문제는 시장 변동성...확 바뀌면 리스크 부상
    •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연결기준으로 68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 84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걸 감안하면 1년 새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영업손실 주요인은 높은 연료비가 지속되는 가운데 발전원가가 높은 LNG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민자발전소에서 전력 구입이 증가한 데 있다. 2018년 2분기 석탄화력발전의 연료비는 톤 당 13만15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했다. LNG는 톤당 66만5000원으로 약 6% 증가했다. 

      원자로에 대한 정부의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전 가동률이 하락하고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데 따른 조치였다. 원전 가동률은 2018년 2분기 약 63%로 전년 동기 75%보다 하락했고, 석탄화력발전 설비 가동률 역시 전년 동기(69%) 대비 하락한 64%를 기록했다. 원전 가동률은 2018년 하반기 중 저점을 벗어날 것이지만 평균 가동률은 2011~2016년 기록한 80~90% 대비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에 대한 실망감은 주식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실적 발표 이후 한전 주가는 주당 3만350원을 기록했다. 한전 주가는 1년 동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27배로 떨어졌다. 

      정부는 한전 적자가 원전 가동률 하락에 따른 결과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탈원전 정책과는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 주주 게시판은 뜨겁다. 원전 평균 가동률이 과거 수준으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의 적자 및 부채가 계속 쌓일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발전원가를 시의 적절하게 요금에 전가할 수 있는 연료비 연동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한전의 운영자금은 2018년 약화된 뒤 2019~2020년 소폭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대규모 투자, 특히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단행할 경우 재무지표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주식 시장과 달리 채권 시장은 덤덤하다. 채권은 한전과 자회사들에 가장 중요한 자금 조달 루트다. 

      한전은 올들어 4조원가량 채권을 발행했다. 매달 평균 5000억~6000억원 정도를 채권 시장에서 조달하는 셈이다. 이는 작년 한전의 전체 채권 발행 규모와 비슷하다. 올해 남은 기간 3조원 가까이 추가로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한전의 조달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7월만 놓고 보면 한전 5년물 금리는 2.480%에서 2.504%로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전체로 놓고 보면 연초 5년물 금리가 2.60~2.70%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조달 비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채권 시장에서 한전에 대한 투자심리는 견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전과 한전 자회사 채권 시장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채권 시장의 평가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현재 시장이 워낙 강세장인데다가 은행권의 공사채 매수가 강한 상황"이라며 "실적 부진이 걱정거리지만, 채권 가격에는 아직까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올해 한전 채권은 잘 팔릴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전과 한전 자회사 단기물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받쳐주고 있고, 특수채 장기물이 많지 않아 한전 장기물의 수요는 매우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한전 채권 수요가 많다는 점이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 채권이 잘 팔리는 이유는 한전이 투자할만큼 좋은 회사라서가 아니라 시장 자체가 좋기 때문일뿐이라고 지적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단기물 위주 시장으로 재편될 경우 기업으로서의 한전 리스크는 더 부각될 수 있다"며 "한전 경영진은 시장에 기댄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말고, 실적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조달 비용 축소를 위한 선제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한전 자회사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동안 채권 발행이 뜸했던 한전 자회사들은 속속 채권 시장에 돌아왔고, 채권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그중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작년부터 국내외 전방위에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올해 2조원가량 채권을 발행할 계획인데 절반은 차입금 상환에, 절반은 설비 투자 및 보강에 쓴다. 기발행한 채권의 만기는 대부분 20~30년 뒤에 돌아오는데 탈원전 정책에 맞춰 한수원의 실적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실적을 개선할 요소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수원 채권 발행 금리도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다른 IB 관계자는 "탈원전 분위기 속에서 한수원의 영속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 당장 문제가 불거지진 않겠지만 실적 부진, 차입금 증가 속에서 차입금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