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정유·실트론 등 상장 가능 계열사 줄줄히 대기
업황좋은 계열사 예상보다 일찍 나올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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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계열사 기업공개(IPO) 일정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꼬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SK루브리컨츠가 상장에 실패한 데 이어 하반기 SK건설이 라오스 댐 붕괴 사고에 휩쓸리며 연초 계획이 어그러졌다.
SK그룹은 지주·중간지주 체제 구축 후 물적분할을 통해 계열사 투자 유치 및 상장을 준비해왔다. 마냥 상장을 미뤄둘 수만은 없는만큼, 업황이 좋은 정유나 반도체 관련 계열사부터 상장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23일 SK그룹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이달 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었다. 9월까지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연내 상장 절차를 준비하는 게 목표였지만, 현재 상장 관련 계획은 전부 무기한 연기한 상황이다.
지난달 SK건설이 라오스에 짓고 있던 댐이 붕괴된 사고 때문이다. 13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7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가 생겼다. 피해지역이 넓은데다 외교 문제까지 엮여있어 피해보상 관련 합의가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SK건설은 내부적으로 라오스 댐 이슈가 일단락되기 전까진 상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적 부담을 떠나 부정적인 평판까지 떠안고 굳이 지금 상장을 추진할 이유는 없는 까닭이다.
당초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SK루브리컨츠를 상장시키고, 하반기 SK건설 상장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SK실트론·SK인천정유·SK바이오팜·SK B&T 등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계열사가 산적한 상황에서 우선 순위에 따라 '진도'를 빼야 했다.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의 투자 자금 마련 차원에서, SK건설은 지배구조 정리 차원에서 우선 상장 대상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SK루브리컨츠가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 의사를 접고, SK건설마저 상장을 연기하며 연초에 그룹에서 세운 일정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투자자 안배나 시황 등을 감안해 계열사 상장에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텀을 두는 점을 감안하면, SK그룹은 다소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금융업계에서는 정유나 반도체 관련 계열사의 상장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반기 호황 가능성이 언급되는 정유 계열사들이 첫 손에 꼽힌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무리없이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외에도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모두 지난해 수천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린 알짜 계열사들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SK인천석유화학의 움직임이 가장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2012년 신한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8000억원 규모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의 옵션은 2019년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SK그룹은 내년까지 이들의 지분을 내부수익률(IRR) 기준 연 5.9%를 얹은 금액에 지분을 되사주거나, 상장을 통해 투자회수(exit)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지난해 6000억원대 순이익을 내며 초우량 계열사로 거듭난 SK종합화학도 관심의 대상이다. 다만 SK그룹은 SK종합화학 상장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으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상장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지금이 상장의 적기라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2015년 연간 순이익이 69억원에 불과했던 SK실트론은 지난해 13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총수의 계열사 지분 직접 보유를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에서 SK실트론 상장은 대의명분을 가질 수 있다"며 "실트론 입장에서도 LG그룹 시절 상장을 준비하다 업황이 꺾여 포기했던 전례를 반복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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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3일 15:2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