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딜라이브 인수'는 블러핑?…통신사들 파장도 '미미'
입력 2018.08.27 07:00|수정 2018.08.28 10:19
    딜라이브 매각 속도내자 궁지 몰린 CJ헬로
    CJ헬로 "매각 협상장 떠날 수 있다" 신호
    SK·LG 등 통신사들 '무덤덤'…강행 가능성 낮다는 평가
    • 유료방송 M&A 열기가 상반기를 지나며 점차 잠잠해지자 이번엔 만년 매각 후보였던 CJ헬로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덜했던 자신들의 딜라이브 인수 시도를 스스로 상기시키며 각 인수 후보‧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이끌려는 시도에 나섰다.

      다만 이번 해프닝을 짚어 올라가면 CJ헬로가 상황을 반전할 승부수를 던졌다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LG유플러스·KT 등 타 인수 후보들은 일찌감치 '블러핑'으로 간주해 큰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SKT는 박정호 사장이 직접 "딜라이브 인수 실사를 한 적 없다"며 선을 그으며 판을 흔들려는 CJ헬로의 시도를 일찌감치 차단했다.

      ◆CJ헬로는 정말 딜라이브 실사에 돌입했나?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Due Diligence)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SKT·LG유플러스 심지어 KT를 포함한 통신3사 모두 ‘실사 중’이다. 현장 실사가 아니라 관련 서류를 검토한 정도다. SK가 "우린 실사조차 한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 점과 대비하면 '실사'에 대한 기준 자체부터 엇갈린 셈이다.

      애초 딜라이브가 매각 협상 창구를 열어둔 건 올해 초. 채권단 주도 거래 특성상 통상적인 M&A 절차와 달리 CJ헬로와 통신 3사등 잠재 인수후보 모두가 초청됐다. 최근에도 상시적으로 실사 자료 제공‧데이터 룸 개방이 이뤄졌다. 어떤 후보든 최종 결정만 내리면 별다른 부대 절차 없이도 언제든 딜이 성사되는 구조다. 아직까지 CJ헬로를 포함 인수가격과 조건 등 유의미한 제안을 낸 곳은 없다.

      ◆CJ헬로에 앞서 승부수 던져 놓은 딜라이브

      유료방송 M&A 시장을 흔들 승부수를 먼저 던진 건 사실 딜라이브였다. 매도자가 스스로의 절박함을 드러내는 건 M&A를 포함한 협상에선 금기로 꼽힌다. 하지만 대주단은 사실상 ‘배수진’을 선택했다. 내년도 이후 여신 연장이 없을 것이란 기조를 세워 매각에 속도를 냈다.

      후보들 입장에선 지루한 밀고당기기 없이도 가장 먼저 확실한 인수제안을 내놓는 후보가 인수할 수 있는 제안이다.

      딜라이브는 점유율은 가입자의 질(質)적 측면 등에서 CJ헬로에 비해 통신사들의 우선순위에서 일찌감치 뒤로 밀렸다. 반전 요인이 필요했다. 매각측은 채권단 관리 아래에 있기 보다는 임직원‧투자자를 위해 새 주인을 찾는 게 산업 재편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어필해왔다. 이로인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인가를 얻기도 보다 CJ헬로 대비 수월한 점을 강조했다.

      대주단 내에서도 매각 협상 주체를 단일화 해 전권을 부여하는 등 매각을 둔 잡음 가능성도 줄였다. 매각구조도 유연하게 설정해 현금 뿐 아니라 매각 이후 합병시 일부 시장성 있는 합병신주를 받는 등 여러 대안도 열어뒀다. 이미 딜라이브 관련 채무들을 손실로 평가, 장부에서 따로 떼낸 은행들 사이에선 빨리 매각을 완료해 관리 부담을 덜고 싶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CJ헬로는 왜 "딜라이브 인수 추진"을 스스로 밝혔나

      딜라이브가 공격적인 전략을 펴자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건 CJ헬로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케이블 1위사업자라는 메리트로 LG유플러스와 SKT를 두고 저울질하는 구상을 그렸다. 하지만 회사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관계자들 대다수는 이번 '딜라이브 인수검토'를 일종의 '블러핑'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LG유플러스와 CJ헬로 매각 협상에서 주도권을 보이기 위한 카드로 보는 이유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CJ헬로와 LG유플러스간 M&A 협상은 완전히 결렬되지 않았고, 현재 가격 조정 문제를 두고 대치 중으로 알려진다.

      즉 CJ헬로 측은 과거 SKT와의 합의된 수준에서 소폭 하향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LG측이 어느 가격 이상은 줄 수 없다며 줄다리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LG유플러스는 협상 결렬을 대비하고 CJ측을 압박하기 위해 딜라이브 실사에도 일찌감치 참여한 상황이다.

      이런 구도는 SKT·KT, 딜라이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통신사들 모두 매도자 한 곳에 올인하기 보단 딜라이브와 CJ헬로를 오가며 가격 하락과 거래 종결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딜라이브가 예상 외로 인수 후보들에 '저자세'로 나오자 CJ헬로의 대응 폭은 상대보다 줄어들었다.

      이러다보니 CJ헬로도 통상적인 M&A 절차에서 보기 어려운 승부수를 뒀다는 의미다. CJ헬로는 언론에도 직접 “실사에 참여 중”이라 대응하며 인수 시도를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여차하면 매각이 아닌 인수 주체로 돌변해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의도다.

      ◆지켜보는 통신사들은?

      CJ헬로의 의도는 SKT의 반격에 일찌감치 김이 빠졌다. 박정호 SKT 사장은 딜라이브에 대한 관심을 부인하면서도 "(케이블방송사의 인수에 대해)가능성을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다시 언급했다. 업계에선 사실상 CJ헬로를 지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매각자로 협상장에 앉으라는 의미다.

      물론 CJ헬로가 통신사의 시각과 무관하게 공언대로 딜라이브 인수를 완주하는 선택지도 있다. 다만 관계자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통신사 및 이번 유료방송 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M&A의 본질은 산업내 구조조정 및 통합을 유도해낸다는 점에 있다”면서 “IP-TV에 산업 주도권을 뺏기고 있는 케이블사와 케이블사의 결합은 이런 기조와도 동떨어져 있어 전혀 현실성 없고 정당화도 어려운 선택”이라고 일축했다.

      좀 더 적나라한 평가도 있다. “공부 못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이 같이 모여 스터디 조직을 만든다고 상위권이 크게 동요하진 않는다”란 비유다. 통신사 입장에서 전혀 경계할 이벤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풀이다.

      협상장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투자자들도 CJ의 딜라이브 인수 추진 발표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부정적 전망을 내비친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도 쏟아졌다.

      우선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해 점유율을 늘리면 향후 통신사 등 외부로의 매각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최근 통합방송법 일몰로 단일 사업자가 점유율 33% 이상 사업을 꾸리지 못하는 규제가 한시적으로 사라졌지만, 통신업계에선 대체 입법 등을 통해 점유율 규제는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딜라이브 인수로 덩치가 커진 CJ헬로의 인수는 KT 뿐 아니라 어느 통신사도 어려워진다. 출구가 없다.

      통신사들이 주도하는 IP-TV에 케이블사들이 속수무책으로 가입자 수 및 영향력을 빠르게 잃어가는 사업상 한계도 지적된다.

      한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는 “CJ헬로가 딜라이브를 가져가주면 IP-TV사업자인 통신사들은 사업하기 너무 편해지는 구도”라며 “단기간 마케팅 비용을 투입‧통신 결합상품 확대 등으로 고객 이탈을 유도하면 케이블 업체가 대응할 수단은 없다”고 내다 봤다.

      그룹 차원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조한 해외 M&A 등 '그레이트 CJ' 그림과도 전혀 동떨어진 M&A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인수 추진 보도 당일 당사자인 CJ헬로는 물론 지주사 ㈜CJ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CJ담당 지주사 애널리스트는 "정말 블러핑 목적의 발표였다면 지주사 혹은 이재현 회장이 담당자를 문책해야 할것 같다"며 "국내에서 '그레이트 CJ' 비전과 정반대에 있는 매물을 딱 한 곳만 고르라 하면 딜라이브일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가 이 모든 인수 주체들의 비관적인 관전평을 뒤흔들 단 하나의 변수는, 상대가 한정된 시장을 놓고 다투는 통신 3사라는 점이다. 셋 모두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경우 시간이 갈 수록 거래 판도를 다시 인수자 우위로 가져올 수 있지만 문제는 한 곳이라도 상식을 벗어난 판단을 내리는 경우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뿐 아니라 CJ헬로까지도 그야말로 ‘오너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며 “외부 관전평과 무관하게 CJ의 의도대로 빠르게 거래가 종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