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블록세일·FI유치 등 수요 늘어날 듯
지주회사 전환은 '된서리'…"지주사 증가 정체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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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확정되며 투자은행(IB)들이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확대되며 주요 대기업 상장사 20여곳이 새로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 까닭이다.
새로 규제대상에 편입될 기업 중에는 삼성생명·삼성카드·이노션·SK D&D 등 각 대기업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포진해있다. IB 입장에서는 이들과의 관계와 후속 거래를 위해서라도 수주전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38년만의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규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포함됐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가 만연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로 일원화하고, 대상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까지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수는 현행 230여곳에서 600여곳으로 크게 늘어난다. 특히 기존 규제에 맞춰 지분율을 20% 후반으로 맞춰놓은 상장사는 추가 지분 매각 부담을 떠안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다. 두 계열사 모두 내부 거래를 통한 매출액이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50%를 넘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장사 기준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고,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12%(또는 200억원 이상) 이면 규제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두 계열사는 상장 과정에서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낮췄지만, 개정안이 도입되면 추가 매각이 불가피하다. 두 계열사 지분을 각각 10%씩 매각한다면 전체 거래 규모는 현재 시가 기준 5800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이 지분 20.76%를 보유한 삼성생명과 함께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카드도 규제 대상으로 편입된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국내외 계열사 대상 매출액은 6200억여원이다. 전체 매출액의 2.3%에 불과하지만, 규제 기준선인 200억원을 넘어선다. 삼성카드 역시 지난해 내부 매출 비중이 1200억여원에 달한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가량을 매각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매각 규모는 2000억여원에 달한다. 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이 되는 지분인만큼, 전체적인 지배구조 조정 과정에서 거래가 일어날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의 ㈜한화나 SK계열 SK D&D, GS그룹의 GS건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 KCC계열 KCC건설과 코리아오토글라스 등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인해 새로이 규제 대상으로 물망에 오르게 됐다. 계열사 내부매출 비중이 65%에 달하는 현대산업개발 계열 HDC아이콘트롤스 역시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IB들은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량매매(블록세일)나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상장 계열사 부담까지 감안하면 그룹내 분할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수요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한화S&C 사례처럼 거래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지켜보고 있다"며 "총수일가가 지분을 전부 매각하지는 않을 것인만큼 블록세일이나 FI유치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개정안에 지주회사 관련 규제 강화 방안이 포함되며 신규 지주회사 전환 거래는 크게 줄 것이란 게 IB업계의 전망이다.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던 매각 지분 과세이연 정책이 3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늘어나는 자회사 지분 규제도 부담이다.
그간 지주회사는 자회사·손자회사와의 거래는 내부 거래로 인식하지 않는 '익금불산입' 혜택을 받아왔다. 공정위가 이 부분에 대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신 '세법상의 규율'을 언급하며 지주회사 자체의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연초 기획재정부의 세수확대 관련 조사자료에서도 한번 이슈가 됐던 부분이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지주회사에 대한 혜택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 기조로 나타난 이상 굳이 추가 규제 부담을 안고 전환하려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최근 5년간 크게 늘었던 지주회사 수가 앞으로는 정체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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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7일 15:1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