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5배 불과…규제·지배구조·즉시연금 이슈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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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 대장주 삼성생명보험의 주가가 최근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초 과매도 국면을 제외하면 상장 이후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익성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재무 안정성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연초 대비 30% 넘게 급락한 것은 결국 통합감독규제·즉시연금·지배구조 등 불확실성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생명 주가는 지난 21일 9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말 최고 13만4500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연중 34%나 급락했다. 지난 2012년 초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과매도 국면이 펼쳐졌을 때 기록한 8만700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가 급락으로 인해 현재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7배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장 생보사 중 가장 덩치가 작은 동양생명이 적용받던 PBR이었다. 자회사인 삼성화재와의 밸류에이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삼성화재의 현재 PBR은 0.95배로, 삼성생명 대비 67%나 높다.
삼성생명 주가 하락의 첫번째 원인은 수익성 저하다. 삼성생명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445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3% 늘었지만, 이 중 대부분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익이었다. 이를 제외한 순이익은 694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6%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생명의 올해 연간 순이익 규모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으로 인해 수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지만, 역시 연간으로는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여력(RBC)비율도 이전에 비해 떨어지긴 했지만 상반기 말 기준 304.6%로 3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악재를 반영했음에도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평균 목표가격은 13만~14만원대로, 현 주가와 50%가량 차이가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생명 주가는 올해 줄곧 떨어지기만 했는데, 펀더멘털 대비 낙폭이 과한 게 사실"이라며 "실적도 실적이지만 각종 규제와 금융당국과의 마찰 등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주가 부진의 원인을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K-ICS등 자본건전성 관련 규제 강화가 기저에 깔린 상황에서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 대기업 그룹 지배구조 관련 정책 리스크 등이 겹쳤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금융그룹 감독 모범 규준'을 시행하고, 오는 10월 삼성그룹을 현장점검하기로 했다. 통합감독시스템은 대기업 그룹 금융계열사의 비금융 자회사 지분 투자액을 자본비율에서 차감한다.
삼성전자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한 삼성생명은 지분율을 낮추거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통합감독제도 도입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329%에서 221%로 떨어진다. 지금의 자본적정성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10조에서 최대 20조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불거진 상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최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상장사도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에 포함한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20.8%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계열사 향(向) 내부 매출액은 6000억원으로 규제 기준치인 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즉시연금 지급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마찰을 빚고 있는 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은 4300억원에 달하는 즉시연금을 가입자에게 지급하라는 금감원에 방침에 반발해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 13일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한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지만, 가입자가 민원을 취하하며 법정공방은 잠시 미뤄진 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지금 굳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삼성생명 주식을 매수해야할 유인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고금리 계약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고 부채-자산 듀레이션 갭도 줄어들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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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8일 12: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