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유통업 불황…캡티브마켓 없는 대상베스트코 직격탄
입력 2018.08.29 07:00|수정 2018.08.29 16:06
    외식업 불황에 식자재 유통업 주가·실적 부진
    캡티브마켓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은 그나마 양호
    대상베스트코, 대응 미비·사업 부진에 어려움
    • 최근 내수 부진으로 외식업 경기가 힘들어지면서 후방산업인 식자재 유통업도 흔들리고 있다.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는 캡티브(Captive) 시장 덕에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대기업 계열이어도 캡티브 시장이 없는 대상베스트코와 같은 업체는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

      외식산업 부진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안 발표로 임금 인상 불안이 높아졌고, 경기불안으로 소비가 줄면서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외식비 지출 전망 지수’는 지난달 92로 올해 최저점을 기록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폐업은 20만 곳으로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 식자재 유통업은 외식업체와 급식업체, 식품 가공업체에 식자재를 납품한다. 때문에 인건비 상승과 소비 침체로 인한 내수부진은 자연스레 식자재 유통업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주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식자재 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는 지난 6월부터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식자재 1위 기업인 CJ프레시웨이는 지난 10일 52주 최저가(주당 2만9800원)를 기록했다.

      이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신세계푸드의 올해 2분기 잠정 영엽이익은 69억원(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16억원) 줄었다. CJ프레시웨이는 2분기 잠정 순이익은 32억원으로 같은 기간 52.5% 감소했다.

      그나마 대기업 계열사 중 캡티브 시장이 있는 업체들은 양호한 편이다. 속해 있는 대기업 유통 채널을 활용하거나 수익성이 높은 급식부문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렇다 할 캡티브 시장이 없는 업체들은 불황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 캡티브 시장이 없는 대상그룹의 대상베스트코는 2010년 설립된 이후 작년까지 7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4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 1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말 부채비율은 약 734%에 이른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데 불황까지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회사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상그룹 관계자는 "올해까지 원가 절감, 매장 효율화 등 비용 절감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내놓아도 마땅히 인수할 측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식품 관련 소비자 트렌드의 빠른 전환에 대한 자체 대응력도 미흡하단 평이다. 예를 들어 최근 식자재 시장은 연어, 대만 카스텔라 등 어떤 특정 상품군이 반짝 ‘붐’으로 떴다가 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시대의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이마트, 이마트24 등 캡티브 유통채널을 활용해 최근 트랜드로 떠오른 가정간편식(HMR) ‘피코크’를 공급하며 매출을 늘리고 있다.

    • 사업모델 문제도 지적된다. 대상베스트코는 지역별로 물류센터를 직접 가지고 B2B유통을 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전국적으로 12곳의 대형 식자재 도매 마트를 운영 중이지만 모두 중심부보다는 임대료가 저렴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시 외곽에 있다 보니 업자들이 대량으로 구매해서 저장해놓고 판매하는 형식이 아닌 이상 개인적으로 물류비를 보전하기 힘들다. 크고 작은 도심형 식자재 마트가 많은 상황에서 외곽에 있는 대형 식자재 마트를 방문해야 하는 유인요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의 몰락 등 외식업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식자재 유통업 부진도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사업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