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정치인 출신 이사장에…CIO도 정치권?
입력 2018.08.30 07:00|수정 2018.09.03 09:08
    김성주 이사장 19대 국회의원 출신
    CIO 최종 후보 중 자산운용 경험 전무한 후보도
    금융사 CIO들 "정치인 CIO오면 안 뽑느니만 못할 것"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최종 후보자가 5명으로 압축됐다. 국민연금 고갈 이슈 등으로 어수선한 시기이다 보니 차기 CIO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반면 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전문가들은 이번 선정과정으로 뽑힐 CIO의 역할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후보 물망에 오른 인물 중에선 정치적 색깔이 강한 인물도 있다 보니 정치인 CIO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CIO가 다음달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국민연금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13명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하고 5명의 후보자를 선정했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5명의 후보자는 안효준 BNK금융지주 사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상무 등이다.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다. 주 전 사장은 2013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한화투자증권을 이끌었다. 당시 과감한 구조조정,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의견 등으로 ‘돈키호테’란 별명을 얻었다.

      그의 파격 행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소신이 강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정치적이고 계산적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실제 주 전 사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1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와 “재벌들의 행태가 조직폭력배와 다르지 않다”는 발언을 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의 이력도 눈에 띈다. 류 대표가 있는 서스틴베스트는 의결권 자문사로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하고 자문해 주는 역할을 한다. 굵직한 합병 건에 있어서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조직이다.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와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상무는 그간 시장에서 거론되어 오른 인물은 아닌데다, 이들에 대해서 알려진 바도 거의 없다. 장부연 전 대표는 미래에셋 마케팅 부문에 오래 있었으며, 이승철 신용상무는 삼성생명에서 여신심사 등을 담당했다.

      안효준 BNK 금융지주 글로벌총괄부문 사장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1999년 호주ANZ펀드운용 매니저, 2007년 BEA 유니온 인베스먼트 아시아지역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다. 지난 2011년에는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을 맡으며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을 맡기도 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최종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자 자본시장에선 벌써부터 정치인 CIO가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후보자들 면면이 살펴보면 자산운용 경험이 부족한 후보자가 대다수인데다 정치권과 맞닿아 있는 인물도 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국민연금 CIO는 국민의 노후와 관련된 재산을 다루는 책임자이다 보니, 운용 철학이 다른 기관투자자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고수익보다는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수익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래야 향후 연금의 운용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이나 자신의 투자철학을 국민연금에서 발휘하려다 보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겠다고 일부 종목이나 상품에 집중 투자할 경우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며, 국민의 노후 안정이란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난다. 노동조합, 경제단체 등 다양한 사회 이해관계자들이 포진한 이사회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국내 금융사 CIO는 “국민연금 구조를 모르는 CIO가 오면 연금의 운용철학을 이해하는 데만도 1년이 넘게 걸린다”라며 “CIO가 운용에 적극 개입하려다 보면 자산운용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CIO 선정보다 국민연금의 운용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현재로선 더 시급하다는 말도 나온다. 위탁운용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뛰어난 CIO보다 정치적인 CIO를 견제하는 게 현재로선 더 필요하단 주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통로가 확대 된 마당에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국민연금 이사장과 CIO의 역할 및 이들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