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삼성동 부지 인수 재평가?…땅값 50% 넘게 올라
입력 2018.08.31 07:00|수정 2018.09.03 09:09
    2015년 대비 공시지가 56% 상승
    인근 지가 평균 상승률도 40%에 육박
    "9호선 연장개통·GTX 연결 등 최고 수혜지" 평가
    • "현대차는 미래를 위한 통합 사옥을 얻었지만, 반대급부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10조5500억원.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에 위치한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인수하자 나온 시장의 평가였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던 상황에서, 성장동력에 투자를 해도 모자랄 판에 대규모 자금을 부동산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났고 발표 하루 만에 그룹 주요계열사 시가총액이 8조원 이상 증발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삼성동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동 일대에 호재가 겹치면서 현대차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 GBC) 부지의 지가는 50%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 투자가 해답'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시의 투자도 재조명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대차 신사옥 부지(삼성동 167)의 공시지가는 1㎡당 4000만원이다. 3.3㎡(평)로 환산하면 1억2000만원을 넘는다. 4년 전만 해도 1㎡당 2560만원 선이었던 지가는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신사옥 건립이 추진되면서 인근 부동산 가격도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현대차 신사옥의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인근 지가 또한 평균 4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GBC 인근을 포함한 삼성동 주변 부동산 가격은 강남구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 실제로 최근 GBC와 마주한 이면도로에 5층 규모 빌딩이 160억원에 매매됐다. 1987년 준공된 건물은 지난 2015년 약 120억원에 거래됐으나 3년 만에 40억원 이상 상승한 금액에 팔렸다. 당시 3.3㎡당 거래금액은 9600만원 선이었는데 이번 거래 규모로 비춰볼 때 3.3㎡당 거래금액은 1억2800만원을 넘어섰다.

      사실 GBC 인근에 유동인구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한전이 입주해 있을 당시만 해도 그나마 주변 상권이 활성화했지만, 현대차 신사옥 건립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부 건물에선 임차인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 현대차의 신사옥 건립이 기대되면서 유동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GBC 인근에서 임차인 확보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며 "GBC가 준공될 때까지 임대료로 인한 수익은 포기하더라도 향후 지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투자자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2014년 현대차의 삼성동 부지 인수 이후 인근에 있는 9호선(봉은사역)은 이듬해 2단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개통했다. 현재는 9호선 3단계(종합운동장역~중앙보훈역) 연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1년 삼성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연결될 예정이어서 유동인구 유입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2014년 한전 부지 인수 당시 3.3㎡당 인수가격은 약 4억원을 훌쩍 넘었다. 현재 상황에서 공시지가 상승만으로 현대차의 산술적인 이익을 논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공시지가가 실제 거래가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앞으로도 꾸준한 지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현대차의 삼성동 부지 고가 인수 논란 또한 잦아들 수 있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물론 현재 지가 상승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현대차가 고가에 삼성동 부지를 인수한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삼성동 GBC 일대의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지가가 다른 지역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사옥 건립을 통해 얻는 부수적인 효과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무리한 투자였다고 볼 수만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는 2021년 준공이 목표인 GBC 건립에 대한 정부의 인허가는 보류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수도권정비위원회를 열어 GBC 건립계획을 심의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인구유발 효과, 일자리 창출 효과 등에 대한 분석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는 오는 9월말 다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