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VC 투자에 벤처업계 들썩...실제 투자는 3~4곳 그쳐
중국 투자에 비하면 아시아 포트폴리오 관리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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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플, 유튜브에 초기 투자한 미국의 벤처캐피탈(VC) 세콰이어 캐피탈이 국내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세계적인 VC가 국내 업체에 잇따라 투자에 나서자 벤처업계는 반색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 투자규모가 작고 투자한 업체도 몇 안 된다. 아시아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이란 점에서 크게 의미 부여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세콰이어 캐피탈은 지난 6월 국내에서 데일리호텔, 토스, 마켓컬리 세 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2014년 쿠팡 투자로 국내시장에 문을 처음 두드린 세콰이어 캐피탈은 한동안 잠잠하다 올해 들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세콰이어 캐피탈이 투자한 회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의 투자 성향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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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세콰이어 캐피탈은 과거 인터넷 송금업체인 페이팔에 투자한 바 있다. 세콰이어 캐피탈은 1999년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콘피니티와 합병해 페이팔 탄생)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페이팔은 2002년 주당 13달러에 상장했으며 같은 해 주당 23달러에 이베이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세콰이어 캐피탈은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렸다.
토스의 투자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과거 페이팔의 투자 성공경험이 있는 만큼 토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본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호텔 투자도 이런 선상에서 볼 수 있다. 페이팔은 꾸준히 여행, 숙박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단행했다. 가장 익숙한 업체가 바로 에어비앤비다. 세콰이어는 2010년 그레이록파트너와 함께 에어비앤비의 7백만 달러 시리즈A 투자를 단행했다. 에어비앤비 기업가치는 해가 다르게 상승해 2015년 100억달러 수준이던 기업가치가 올해 초 기준 최소 380억달러는 될 것으로 추산된다.
식품 유통업도 세콰이어 캐피탈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 하나다. 세콰이어 캐피탈은 지난해 미국의 신선식품 구매대행 배달 스타트업인 인스타카트(Instacart)에 Y컴비네이터,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과 함께 4억 달러를 투자했다. 인스타카트는 신선신품을 대신 구입하고 배달을 단행하는 단순한 사업모델로 설립된 지 5년 만에 실리콘밸리 대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신선한 식자재를 당일에 배송해주는 서비스 업체인 마켓컬리는 인스타카트와 유사한 사업 구조를 보인다.
일련의 국내 투자들은 세콰이어 캐피탈 홍콩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진출을 하지 않은데다 국내 인력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미 투자 성공사례가 있는 분야의 업체들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이후 뜸했던 세콰이어 캐피탈이 국내 투자에 나서자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들떠하는 분위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마켓컬리의 경우 세콰이어 캐피탈이 공동 투자 형식이 아닌 단독 투자형식으로 들어온 것으로 안다”라며 “비단 세콰이어 캐피탈 뿐만 아니라 선전 캐피탈 등 세계적인 VC들의 국내 스타트업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미부여 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많다.
해외에선 투자한 업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국내에선 투자만 집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한 회사도 별로 없거니와 그나마 올해가 되어서 투자 건수를 늘린 정도며 규모 면에서도 미국에서 이뤄지는 초기투자에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세콰이어 캐피탈의 경우 투자한 회사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반면 국내 투자기업들은 아시아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이 큰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 시장 등에 상당 투자가 이뤄져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중국 스타트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투자한 회사만 1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크고 있는데다 규제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또한 스타트업 M&A가 활발하다 보니 엑시트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 국내 투자업계 관계자는 “세콰이어 캐피탈이 국내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한 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긴 힘들 거 같다”라며 “중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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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