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품에 안는 신한금융, 남은 관건은 시너지
입력 2018.09.05 07:00|수정 2018.09.04 18:09
    2007년 LG카드 이후 첫 대규모 M&A
    남은 과제는 시너지…방카슈랑스는 한계
    당분간 독자경영 후 완전자회사화 나설듯
    • 신한금융그룹의 ING생명보험(현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11년 만의 진일보(進一步)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6년간 방어적인 경영으로 일관하다 '리딩뱅크'의 지위를 빼앗긴 신한금융이 다시 경쟁의 출발선에 섰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가지게 된다.

      남은 건 '시너지'다. ING생명 인수가 완료되면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 출자 여력은 다시 한도가 꽉 차게 된다. ING생명을 어떻게 키워내느냐가 KB금융과의 리딩뱅크 싸움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금융은 매각자인 MBK파트너스와 지난달 말부터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세부사항을 조율해왔다. 매각 가격이 어느정도 합의에 이른 후에도 ING생명 내부에 쌓인 현금에 대한 배당 문제, 즉시연금 등 추후 우발손실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이 주요 안건이었다.

      양측은 앞서 9개월간 순탄치 않은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일단 큰 틀에서 매각에 합의를 본 이후로는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SPA를 체결하고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인수 승인이 나면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이르면 올해 연말 거래가 완료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매각 협상은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MBK파트너스 내부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져 있었지만, 보수적인 신한금융은 공격적인 베팅을 자제했다. 인수 소문이 흘러나올 때마다 ING생명 주가는 요동쳤다. 잠재 인수 후보였던 KB금융그룹은 최소한의 접촉만 유지한 채 관망하는 모습만 보였다.

      지난 5월에는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개월간 탐색전을 펼친 양측은 서로 조금씩 양보한 안을 제시했고, 드디어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 한때 MBK파트너스 내부에서 '굴욕적일 정도로 가격을 낮춰줬다'는 파열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2조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신한금융이 가격에서 한 발 더 양보하며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고무적인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비은행 부문을 극적으로 확장하며 리딩뱅크를 다시 탈환할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그간 대형 M&A를 통해 성장해왔다. 2002년 제주은행과 굿모닝증권을 인수했고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해 합병했다. 2007년 LG카드를 인수하며 1등 금융그룹으로 거듭났다. 당시 신한금융은 금융 M&A에 대해 최고의 실무진과 노하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대형 M&A를 위해 발행한 상환우선주 때문에 한동안 M&A 시장에서 신한금융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2012년 3조76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를 전량 상환했지만, M&A 야성은 잃어버린 후였다. 신한금융은 더 이상의 확장을 자제하고 리딩뱅크 지위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는 지난해 KB금융에게 리딩뱅크의 자리를 내주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다시 도전자 입장이 된 신한금융은 이번 ING생명 인수로 10년이 넘는 침묵을 깼다. 나머지는 IN생명 인수 이후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다.

      ING생명 인수를 완료하면 신한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 기준 자회사 출자한도는 다시 4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추후 ING생명의 완전자회사 편입까지 생각하면 한도가 모자랄 정도다. 그룹의 가용 자원이 대부분 투입된 만큼, ING생명에서 충분한 성장동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신한금융은 이미 업계 10위권 생명보험사인 신한생명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신한생명 상품만으로도 방카슈랑스 규제 한도인 25%를 꽉 채우고 있다. 은행을 통한 시너지 창출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물론 ING생명이 31조원 규모의 우량 자산을 보유한만큼 올초 출범한 그룹고유자산운용부문(GMS)과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NG생명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체투자와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 그룹의 글로벌 투자은행(GIB) 부문과 발을 맞출 수도 있다.

      신한금융은 현재 ING생명과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로드맵을 고민하고 있다. 당분간은 신한생명과 이원화 경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자사주가 없는 신한금융은 ING생명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비은행 계열사에는 해당 업종을 가장 잘 아는 이를 최고경영자로 보낸다'는 방침이 ING생명에 적용될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