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품는 신한, 카드·보험서 KB와 '격차'…비은행 비중도 1위 탈환
입력 2018.09.06 07:00|수정 2018.09.05 17:37
    비은행 자산·수익 규모 KB보다 많아져
    비은행 수익 비중 32%→38%로…업계 수위
    '리딩뱅크 사수' KB금융도 움직임 있을 듯
    •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보험(현 오렌지라이프)을 품에 안으면 그간 약점으로 지목돼 온 비은행 부문이 크게 보강된다. 비은행 순이익 규모는 물론, 비중에서도 KB금융을 뛰어넘으며 금융그룹 중 1위가 된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지난해부터 각 계열사별로도 경쟁 구도를 세우고 서로를 신경써왔다. 인수가 완료되면 신한은 카드와 보험 부문에서 KB를 크게 앞서게 된다. KB금융도 리딩뱅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형국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총 순이익은 6330억원으로 6234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을 앞섰다. 손해보험과 카드, 증권이 고루 이익을 냈다. 신한금융은 증권이 분전하긴 했지만, 여전히 카드 의존도가 컸다.

      같은 기간 NH농협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총 순이익은 3277억원, 하나금융그룹은 2323억원이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금융그룹은 신한금융과 KB금융 정도인 셈이다. 은행 경쟁력이 비등한 상황에서, KB금융이 손보와 증권을 키운 게 지난해 리딩뱅크 지위가 바뀐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이 같은 구도가 다시 뒤집어진다. ING생명은 올 상반기 183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분율을 감안하지 않고 신한금융의 상반기 실적에 단순 합산하면, 비은행 부문 순이익이 8070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그간 KB금융과의 경쟁 구도에서 신한금융은 카드에서 우세, 보험에서 열세를 보여왔다. 이 구도도 뒤집힌다. 신한생명과 ING생명의 총 자산은 62조원, 합산 순이익은 2536억원으로 KB생명과 KB손해보험의 자산·순이익을 훌쩍 뛰어넘는다.

      KB증권에 비해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신한금융투자도 올 상반기엔 증시 호황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냈다. 고유자산운용 부문에서 손실이 있었던 KB증권이 예상 외의 저조한 이익을 낸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ING생명 인수로 포트폴리오가 보강되며 비은행 부문의 수익 비중도 크게 올라간다. 연결조정 제외 단순 합산 기준 올 상반기 32%대였던 신한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중은 ING생명 포함시 38%가 된다. KB금융은 32%대에 머무른다.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도 신한금융이 업계 1위가 되는 셈이다.

      자산 규모도 격차가 생긴다. 위탁운용자산(AUM)을 제외한 신한금융그룹의 총 자산은 453조원으로 KB금융의 463조원과 10조원 적었다. 비은행 부문 총 자산도 107조원으로 114조원인 KB금융에 비해 약세였다. 31조의 자산을 보유한 ING생명이 합류하면 신한금융의 총 자산과 비은행 자산 규모가 KB금융을 20조원 이상의 차이로 크게 앞서게 된다.

      KB금융그룹 입장에선 올 상반기 KB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가 6.9%로 대형 증권사 평균에도 못 미친 점이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리딩뱅크 지위를 다시 넘겨주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올해 리딩뱅크의 위상을 공고히 하자고 강조하고 있는만큼 KB금융 역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주 전환을 선언한 우리은행까지 감안하면 금융권에서 인수합병(M&A) 빅딜(big-deal)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