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 성장 멈춘 동서, 사업 확장과 승계 앞두고 고심
입력 2018.09.07 07:00|수정 2018.09.10 09:21
    내수 시장 부진으로 동서식품 실적 둔화
    해외 진출 등 활로 모색해야 하지만
    美 크래프트와의 합작구조 문제 걸려
    • ‘맥심’으로 국내 믹스커피 시장 1위를 지켜온 동서그룹이 승계와 사세확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알짜 계열사 동서식품을 통한 현금창출로 승계 재원을 마련해왔지만 내수 시장 침체로 실적은 점차 둔화를 보이고 있다. 해외 진출‧신사업 개발 등 활로를 찾기에는 크래프트(현 몬델레즈)와의 합작구조가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그룹 주력사인 동서식품은 1968년 미국 크래프트푸드(Kraft Foods)와의 합작을 통해 탄생했다. 지금은 크래프트에서 분사한 몬델레즈와 ㈜동서가 동서식품의 지분을 각각 50%씩 소유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주력상품인 맥심, 오레오, 포스트 등이 몬델레즈의 브랜드다. 몬델레즈는 해외 진출 시 대부분 현지 지사를 설립해서 진출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몬델레즈 싱가포르지사와 동서그룹의 조인트벤처(JV)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가장 큰 수익원은 커피믹스 ‘맥심’이다. 출시 이후 줄곧 국내 커피 믹스 시장 점유율 1위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실적의 든든한 받침대가 돼줬다.

    • 하지만 최근 커피 시장 포화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도 주춤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15년 2012억원, 2016년은 2108억원, 2017년 2114억원으로 정체돼 있다. 당기순이익도 2015년 1702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 1669억원, 2017년 172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모기업인 동서의 주가도 하향세다. 동서는 최근 연일 최저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한 증권사 음식료 담당 연구원은 “경쟁사인 남양유업이 갑질 논란에 빠지며 정체된 사이 수익성을 방어했지만 고질적인 문제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점차 믹스커피 시장을 떠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동서그룹이 3세 승계를 앞둔 상황이란 점이다.

      동서는 높은 배당 수익 등을 통해 승계재원을 확보해 왔다. 사실상 유일한 주력회사인 동서식품의 실적이 중요하다.

      현재 ㈜동서의 지분은 3세인 김종희(11.22%) 동서 전무와 아버지인 김상헌(18.86%) 전 동서 고문, 숙부인 김석수(19.4%) 동서 회장을 포함해 특수관계인 39명이 지분 67.22%를 보유하고 있다. 김 전무는 지난해 이후 장내 매입 및 증여 등을 통해 한자릿수에 불과하던 회사 지분을 현 수준인 3대주주 지위까지 끌어 올렸다. 아버지인 김상헌 전 고문은 지난해 이후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오너일가의 지분 매입 대금은 대부분 배당수입으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동서의 현금배당액은 총 690여억원으로, 배당성향만 56.6%에 달했다. 증권가에서 ㈜동서를 사실상 고배당주로 분류하는 이유다.

      ㈜동서의 이 같은 높은 배당율 유지는 알짜 계열사인 동서식품의 안정적 실적에서 나온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중 약 67%인 116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이 중 ㈜동서의 몫은 580억원이다. 주주가 몬델레즈 측과 ㈜동서 두 곳으로 한정된 데다 높은 배당을 선호하는 양 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문제는 동서식품과 ㈜동서가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더라도 성장 둔화엔 속수무책이란 점이다.

      경쟁사인 남양유업, 매일유업을 비롯한 음식료업체들이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합작법인을 통한 해외 진출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동서식품은 JV 형태를 유지하는 한 사실상 해외 진출이 어렵다. 주력 제품군의 중국 판권도 이미 몬델레즈 측이 보유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는 몬델레즈 글로벌 지사와 협의가 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선 동서식품 측이 몬델레즈와의 JV관계를 청산하고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것이란 얘기가 수년째 나오고 있다.

      다른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는 “수십년을 이어온 합작관계를 끊을 가능성은 낮지만 3세 경영을 앞두고 새로운 성장모델을 검토한다면 고민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JV를 청산한다면 자체 중국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동서 측은 “당분간 중국 진출 계획 등 해외 진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