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원칙 깨지는 삼성…강성노조 계열사는 매각 1순위?
입력 2018.09.10 07:00|수정 2018.09.11 09:45
    삼성전자 올해 들어 잇따라 노조 설립
    전 계열사로 노조 설립 확산 가능성
    비주력·강성노조 계열사 매각 1순위 될 듯
    • 삼성 경영진이 긴장하고 있다. 무노조 원칙을 지켜왔지만, 최근 들어 사회적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었다. 삼성전자마저 노조 설립에 나서면서 무노조 원칙을 지키기 힘들어졌다. 노조를 극도로 꺼려하는 삼성의 기업문화를 고려할 때 비주력에 강성노조까지 설립된 회사나 사업부는 매각 1순위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지난달 10일 삼성전자 두번째 노조가 출범했다. 삼성전자 구미지부 네트워크 사업부 직원 중 일부가 노조를 설립하고 여기에 가입했다. 이들은 사업부를 수원으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 법적 지위를 가진 노조를 통해 사업부 수원 이전을 적극 반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삼성전자 한국총괄 사업부직원 두 명이 처음으로 삼성전자 노조를 결성했다. 이후 여기저기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비단 일부 사업장뿐만 아니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노조 설립 움직임도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측에선 노조 설립이 불법이 아니다 보니 정확한 규모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노조가 설립된다는 것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에 설립된 노조는 1962년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삼성증권,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 삼성전자 등이지만 전 계열사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

    • 삼성 측에선 이전과 같이 노조설립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 정부 들어서 노조의 영향력이 커진데다 법원에서도 노조 편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동부지법 민사 14부는 조장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부회장 등 삼성노조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노조 탄압을 불법행위로 보고 삼성물산이 노조원들의 손해를 물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엔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면 초기에 인사조치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망설였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노조 설립에 나서도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이전에도 평사원협의회 등 노조 비슷한 조직이 있었지만 사실상 회사가 컨트롤하는 조직이어서 유명무실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하면서 그룹 차원의 대응도 어렵게 됐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과거 미전실 인원의 상당수가 인사출신이었다”라며 “이들의 주된 역할이 노조설립 감시였지만, 이 조직이 와해되면서 지금은 그룹차원의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영진의 인식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노조를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 먹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삼성전자에서 노조설립이 본격화한다면 다각도로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인수합병(M&A) 방향도 노조설립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비주력 사업 정리와 더불어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계열사나 사업부는 매각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다. 돈도 안 되는 데다 노조마저 설립되면 굳이 사업을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인식이 경영진 사이에 팽배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전과 같이 노조 설립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라며 “노조 설립을 막지 못한다면 아예 사업을 안 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