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인베스트먼트, 국민연금 PEF 출자 앞두고 '웅진' 선택?
입력 2018.09.10 07:00|수정 2018.09.11 09:45
    현실성 낮은 거래…"NPS 블라인드 출자 받으면 반전"
    핵심 인력 이탈, 미미한 바이아웃 성과 만회가 관건
    • 국민연금공단이 대규모 블라인드 사모펀드(Large-cap PEF) 출자를 앞두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H&Q아시아퍼시픽(H&Q AP)·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KTB PE, 미래에셋PE 등도 참여 가능성이 예상된다.

      이번  출자에는 기존에 참여가 예상됐던 주요 운용사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했다. 오는 20일까지 제안서 접수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이르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VIG파트너스 등 주요 운용사들은 이미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사실상 유력한 3곳의 후보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간의 트랙레코드를 앞세운 IMM PE는 다른 운용사에 비해 한 발 앞서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1조3000억원 규모 직전 3호펀드의 대부분을 소진했다. 이번 출자를 통해 2조원 규모에 가까운 펀드를 결성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1세대로 꼽히는 H&Q AP의 블라인드펀드 결성 추진은 2013년 이후 5년만이다. 최근 국민연금과 손잡고 SK플래닛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또 한곳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5년 국민연금 라지캡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2016년 6000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결성했다. 현재는 상당부분을 소진해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민연금 펀드 출자 제안을 앞두고 웅진그룹과 함께 코웨이 인수전 참여를 밝혔다. 웅진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옛 동양매직(現 SK매직) 인수전에 함께 참여했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다. 이 때문에 다소 '어려운 희망'으로 평가받는 코웨이 인수에 참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양 측 모두 가용한 현금이 없다 보니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이러다보니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국민연금 라지캡 분야에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 상황을 다소 반전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4000억원을 출자 받고 1조원에 가까운 블라인드펀드가 결성되면 일정 수준의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프로젝트 펀드 출자, 즉 공동투자(Co-investment)에 상당히 목말라 있는 국민연금이 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할 여지를 남길 수 있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거꾸로 펀드레이징 시기에 이 같은 움직임을 선보임으로써 출자자(LP)들로부터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함에 있어 기존의 트랙레코드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이 참여할 수 있는 대형 거래를 마련할 수 있는 여력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코웨이 인수전 참여를 밝힌 것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이 같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전략을 얼마나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채권자 기만과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컸던 오너를 지원하는데 국민연금 자금이 쓰이는 데 대한 레퓨테이션 우려가 없지 않다.

      여기에 최근 스틱인베트스먼트에 출자한 일부 출자자(LP)들이 스틱의 최근 인력 이탈과 이에 따른 펀드관리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핵심 운용인력으로 꼽히는 정한설 부사장이 지난 5월 말 사직했다. 키맨(Key-man)으로 꼽히는 고성규 투자본부장을 비롯한 몇몇이 자리를 떠났다. 구체적인 이직 사유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으나 해묵은 성과보수 분배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핵심 실무진을 대신해 도용환 회장이 직접 펀드관리를 비롯한 펀드레이징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틱은 2011년 임정강 당시 대표(현 이스트브릿지 회장)의 퇴사  당시를 포함, 과거에도 몇차례 펀드 핵심 운용역이 퇴사하면서 화제가 된 이력이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스틱 내부의 '운용역'과 '관리직 부문'의 갈등이 자주 거론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틱의 인력 이탈과 관련해서 LP들이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를 비롯한 의사결정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LP들에 이에 대한 보완책을 확실히 어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인력 이탈이 심화하는 가운데 스틱인베스트먼트가 PEF 운용사로서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느냐는 또 다른 화두다.

      미국 소셜카지노 게임개발사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 한화S&C 지분 투자 등 굵직한 거래를 진행했지만, 자신 있게 내세울만한 경영권거래(Buyout)는 사실상 없다는 평가다.

      반면 스틱은 최근 '벤처투자사'(스틱벤처스), '부동산 운용사'(스틱얼터너티브) 등을 설립하면서 활동범위를 오히려 더 넓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합운용사로 발돋움이라는 평가와 PEF 운용사로서 성과가 적었던 한계로 인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국민연금은 오는 20일 라지캡 출자사업 제안서를 접수 받는다. 최종 선정은 오는 11월로 계획돼 있으며 총 2곳의 운용사를 뽑아 각각 4000억원씩을 출자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출자 규모는 운용사가 새롭게 결성할 펀드의 50%이하로 책정돼 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 받은 운용사들은 최소 4000억원 이상의 매칭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