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구도 복잡해진 빅4 회계법인
입력 2018.09.11 07:00|수정 2018.09.13 14:28
    감사경력 10년 요구...일부 부문 대표 경력 부족
    차기 후계구도에도 영향 미칠듯
    일부에선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 언급도
    • 외부감사인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규정에 상장사 감사법인의 대표이사는 감사 경력 10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빅4 회계법인이 시끌시끌해졌다. 비단 대표이사의 선임 문제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이슈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민감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외감법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라 주권상장법인 감사인이 되기 위해선 대표이사 및 품질관리업무 담당이사는 각각 10년 이상, 7년 이상의 회계처리 및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고 감사업무를 맡으라는 의미지만 이 문제가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당장 현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 대표 중에서 딜로이트안진의 이정희 대표는 감사경력이 10년이 안 된다. 또한 차기 회계법인 후보로 꼽히는 부문 대표 중에서도 감사경력이 규정에 미달하는 파트너들이 있다.

      개정안이 확정 된다면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빅4 회계법인들이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4대 회계법인의 현 대표이사들 임기가 모두 2020년 이후여서 차기 대표이사는 물론, 현재 대표이사들까지 모두 개정안 변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업계 1위 삼일 회계법인은 후계구도가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회장을 포함해 8명의 리더가 이끄는 삼일의 경우 일부 부문 리더의 감사경력이 10년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감사부문의 윤훈수 파트너와 운용을 담당하는 윤현철 파트너, 기업 리서치를 담당하는 서동규 파트너는 감사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세무부문의 주정일 파트너와 딜 부문의 배화주 파트너는 각각 해당 분야의 오랜 기간 근무하다 보니 차기 대표이사에 오르는데 감사경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정은 차기 대표 후보들 대부분이 감사경력이 10년이 넘는데다 현 김교태 대표의 임기가 2022년까지로 시간이 있다. 반면 안진은  주요 파트너들의 감사경력을 파악하기 힘들고 이정희 대표의 임기도 오래 남지 않았다. 한영도 세무자문과 재무자문을 맡고 있는 파트너들의 감사경력 파악이 힘들다.

    • 이러다 보니 파트너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갑작스런 개정안 변경으로 일부 파트너는 차기 후계구도에서 밀려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선 현재 빅4 회계법인의 사업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란 주장이 나온다. 비 회계사 출신이 많아지고 업무 영역이 다양해 진 점을 개정안이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굳이 감사경력이 10년이어야 하는 근거를 묻기도 한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해외의 경우 컨설팅 출신들이 회계법인 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앞으로 산업 변화변 생각할 때 감사 경력을 10년으로 자격요건으로 두는 방안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대표이사를 3명까지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법에 3명 이내에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어디까지나 회계법인간 합병 등 특수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란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계법인들 간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3명까지 대표이사 선임을 허용한 것”라며 “감사경력이 부족한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표이사 숫자를 늘리라고 만든 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가 4대 회계법인 지배구조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감사경력이 부족한 파트너들의 불만이 커지면 감사, 세무, 재무자문 부문을 분리해 각자대표 체제로 만드는 방안이나, 홀딩스를 세우고 총괄 회장을 두는 방안 등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독당국이 용인해 줄지는 미지수다. 회계법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길 원하는 감독당국 입장에선 각자 부문으로 떼어 낼 경우 관리 감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각 나라마다 회계법인의 거버넌스 체제가 다양하다”라며 “국내는 감독당국의 영향력이 커 회계법인 독단적으로 거버넌스 체제를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