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 품은 신한금융, 신한생명과 합병 고려 요소는?
입력 2018.09.17 07:00|수정 2018.09.18 09:17
    “과거 신한-조흥처럼 여유 두고 합병할 수도”
    잔여지분 인수 선행 과제…주가·재무여력 부담
    “자본 활용하려면 IFRS17 도입 전에 합병해야”
    경영진 필요에 따라 완전자회사화 진행 가능성
    •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 인수로 두 생명보험사를 거느리게 된 신한금융그룹은 나중에 기존 신한생명과의 합병도 고민해야 한다. 조직이 자연스레 융합할 시간을 부여하되, 신한생명의 자본확충 부담이 현실화하기 전에 움직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영진이 오렌지라이프의 완전자회사와 합병이라는 굵직한 업적을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 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그룹들은 기존 계열사와 동종의 회사를 인수하면 통합 작업을 거쳐 하나의 계열사만 두는 전략을 펴왔다. 금융당국의 승인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다. 지난 5일 오렌지라이프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한 신한금융 역시 기존에 거느리고 있는 신한생명과 통합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한금융 내부에선 그 시기가 아주 이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조흥은행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2003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조흥은행 지분 80.04%를 인수했고, 잔여지분 공개매수 및 완전자회사화 작업을 진행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은 2006년에야 이뤄졌다. 피인수된 조흥은행의 상실감을 고려해 3년의 완충 기간을 두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터줏대감인 신한은행과 자산 규모가 더 큰 조흥은행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이미 검증된 방식이 있기 때문에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합병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아직 인수하지 못한 오렌지라이프 지분은 40.85%에 이른다. 완전자회사화를 하지 않고 합병에 나서면 나머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수 있다. 기존 주주들로부터 지분을 거둬들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역시 단기간에 해내긴 쉽지 않다.

      신한금융으로선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 인수에 들이는 자금을 최소화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잔여 지분을 시가로만 인수해도 1조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신한금융의 재무 여력으로는 당장은 감당하기 어렵다.

      오렌지라이프 주가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경영권 지분의 주인이 바뀌면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일 때는 배당이 많았지만 신한금융 아래에선 배당주로서 매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이 자사 주식을 내어주고 오렌지라이프 소액주주 주식을 받아오는 방식을 택한다면 신한금융의 주가를 끌어 올리는 편이 유리하다. 실행 시기가 미리 노출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발표하며 2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생명보험사 자본 규제도 합병 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오렌지라이프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건전성이 강점이지만, 신한생명은 시장 지위가 낮고 자본확충 부담은 크다.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렌지라이프의 자본력을 활용하려면 그 전에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신한생명의 자본확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렌지라이프를 무리한 가격에 인수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오렌지라이프의 자본을 활용하려면 2021년 전엔 합병해야겠지만 금융당국이 IFRS17 도입을 유예한다면 신한금융의 선택지는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통합은 신한금융 경영진의 성과와도 결부되는 문제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34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40.85%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인다면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더 거두는 효과를 낼 수 있다. KB금융그룹이 KB손해보험 완전자회사화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잔여 지분을 싸게 인수한다면 염가매수차익도 기대할 만 하다.

      완전자회사만으로도 수천억원의 당기순이익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경영진으로선 확실한 업적이 필요한 순간에 오렌지라이프 지분 매수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첫 번째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