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부활 나선 우리은행, '성장 스토리' 마련이 숙제
입력 2018.09.17 07:00|수정 2018.09.18 09:18
    지주회사 전환 시 자본비율 하락 불가피
    M&A 위해선 증자나 자본증권 발행 필요
    결국 투심 잡기가 관건…우리銀 분주한 행보
    • 2013년 이후 민영화 과정에서 지주가 해체됐던 우리은행이 다시 지주사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은행 체제로 있는 동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대형 M&A로 앞서나간 터라 뒤따르는 우리은행도 급해진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연말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초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은행은 자기자본의 20%까지만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중레버리지비율 규제를 받는 지주회사는 자기자본의 130%까지 가능하다. 은행 지분을 제외해도 수조원의 여력이 생긴다.

      우리은행은 과거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로서 명성을 보유했으나 최근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 만일 지난 민영화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진 계열사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1등 금융그룹 다툼을 하고 있을 상황이다. 이제라도 신설금융지주 설립, 그리고 M&A를 통해 경쟁사와 격차를 좁히는 행보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자본 여력'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사는 자본비율 계산시 표준등급법과 자율등급법을 쓴다. 표준등급법은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활용해 금융사 전체 표준치의 위험 가중치를 주는 방식이다. 내부등급법은 은행이나 지주회사가 내부 상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자산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위험 가중치를 준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은 곳은 그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표준등급법보다 BIS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2~3%가량 상승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현재 내부등급법을 쓰고 있지만 신설 지주회사는 표준등급법을 써야 한다. BIS자기자본비율(6월말 기준 15.26%) 폭락이 불가피하다. 내부등급법을 쓰기 위해 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기간에는 대규모 M&A를 진행하기 어렵다. 최근엔 위험 가중치가 높은 사모펀드(PEF)에 대한 투자(출자)마저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증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단일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율 18.43%)나 세 번째로 지분율이 높은 IMM PE(6%) 등은 추가로 돈을 태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나머지 과점주주의 상황도 썩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자를 한다면 주주보다는 제3자에 중점을 두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분 분산으로 인한 기존 주주 반발도 불가피하다.

      2000년대엔 전환우선주(CPS)나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채무 성격도 가진 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됐다. 자금력 없는 금융지주사들은 우선주를 발행해 M&A에 활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방식은 활용할 수 없다. 우리은행이 벌어서 쌓는 유보금으로 큰 일을 도모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다보니 금융사들은 최근 자본확충 방안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호하고 있다. 신설될 우리금융지주도 고려하게 될 수단이다.

      다만 우량 금융지주라도 원하는 수준의 금액을 아무 때나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는 금융지주에 대한 이해가 높지만 투자자 풀이 넓지 않다. 세컨더리 마켓이 없다보니 일부 큰 손의 입김에 금리가 결정되곤 한다. 해외는 무수한 투자자가 있지만 ‘한국 금융사 중 하나’ 이상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위험 관리도 깐깐하다.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국내선 2000~3000억원, 해외선 5억달러 정도가 발행 가능하다고 보는데 결국은 가격이 중요하다”며 “우리은행은 국내서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규모가 작을 때보다 금리를 더 얹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유상증자를 하든,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든 관건은 '우리금융이 얼마나 매려적인 회사로 인식되느냐'다.

      즉 미래 성장성이 담보가 되어야 조달자금도 늘고, 조달 조건도 좋아질 수 있다. 성장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사정을 뻔히 아 국내는 물론 깐깐한 해외 투자자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이러다보니 우리은행의 최근 행보도 분주하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국내 기업설명회(IR)외에도 해외 투자자와 관계 형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5월 홍콩과 싱가폴 IR을 진행했고, 유럽행도 거론되고 있다. 올해만도 수 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은행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시장 선도'라는 타이틀을 보이려 노력 중이다.  동남아시아 여신심사본부 설립과 본점 여신심사역 해외 파견ㆍ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진단시스템’ 도입ㆍ 중국 항공기금융 시장 진출ㆍ 외국인 근로자 대상 송금센터 개점ㆍ자체 디지털화폐 개발 및 상용화 등을 알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한다고 해서 실질이 달라질 것은 많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새로운 실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전략과 스토리를 덧씌우기엔 유리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