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매물만 잔뜩"…'비용절감'보다 '성장동력' 고민하는 PEF
입력 2018.09.19 07:00|수정 2018.09.20 15:33
    성장성 불분명한 매물 많아지면서 PEF 전략 고민 커져
    CEO풀 만들어 실사 작업부터 업계 전문가 투입
    고액이라도 전략컨설팅 고용해 성장방향 고민
    일부 PEF는 경영권보다 대기업 지분투자에 집중하기도
    • “펀드는 만들어 놨는데 국내에서 투자할 마땅한 매물이 없어요.”

      사모펀드(PEF)들의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펀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은 치열해진 반면 산업 경쟁력 저하 등으로 투자할만한 매물들은 이전보다 줄었다.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인수 이전부터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사업전략을 짜는 게 PEF의 핵심업무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의 경영참여형 PEF 숫자만 444개에 이른다. 2009년 110개 대비 4배 성장하며 출자약정액과 이행액이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펀드 수가 늘어나면서 기업 인수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좋은 매물을 인수하기가 힘들어 졌다. 반면 국가 전체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시장에는 투자하기에도 안 하기에도 ‘애매한(?)’ 매물들은 점점 쌓이고 있다.

      한 국내 대형 PEF 대표는 “좋은 매물들은 인수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라며 "인수 가능한 수준의 기업 중에선 예전처럼 인수 후 비용절감만으로 수익을 날 수 있는 매물들은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투자기회를 엿보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투자하기에 부적합한 요소가 있을지라도 경영진 교체, 추가적인 M&A 등 회사가 좋아 질 여지가 없는지를 실사 작업부터 고민한다. 예를 들어 VIG파트너스는 10명 이상의 CEO풀을 만들고, 이들을 아예 실사작업부터 투입시키기도 한다. 재무실사 만으로는 회사의 성장 동력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업계에 잔뼈가 굴은 경영진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전략 컨설팅을 찾는 일도 잦아졌다. 조 단위 대형 딜에는 전략 컨설팅을 통해 산업 전략 분석을 받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됐고, 이들에 주어진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전략 컨설팅 관계자는 “이전에는 산업 전망 및 분석이 주요한 업무였다면 이제는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중점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어떤 사업을 추가하면 기존 비즈니스와 시너지가 커질까를 고민하는 PEF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인수를 하더라도 산업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새로운 성장전략을 고민하는 사례도 늘었다. 2008년 모간스탠리 PE가 인수한 전주페이퍼의 경우 인수 후 제지산업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면서 최근 사업전략을 수정했다. 바이오메스라는 신사업을 시작해 제지분야 수익성 저하를 만회하고 있다. 단순 재무구조 개선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판단에 적극적인 사업모델 변화를 시도한 경우다.

      다만 이런 과정들이 리스크도 크고 들어가는 노력 대비 성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모든 PEF들의 고민이다. 중견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느니 차라리 소수지분(마이너리티)이라도 대기업 매물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PEF 관계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라 하더라도 각 PEF마다 전략이 갈리고 있다”라며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는 PEF가 있는 반면 안정적인 기업에 소수지분 투자에 더 집중하는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