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부산주주 갈등 여전…에어부산 IPO 순항 '안갯속'
입력 2018.09.20 09:16|수정 2018.09.20 09:16
    2014·2015년 이어 IPO 재도전
    부산 주주들, 인천공항 취항 요구
    •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이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선다. 주주 간 이견으로 수차례 미뤄져 왔던 IPO는 단일 최대주주 아시아나항공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재개하고 있다. 아직 부산시에 기반한 주주들과 아시아나항공의 갈등 불씨가 남아있는 탓에 상장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평가다.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 지역 기업들이 출자해 설립한 저비용항공사(LCC)이다.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출자하며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에 편입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은 46%, 부산광역시와 넥센·부산롯데호텔·부산은행을 비롯한 11곳의 기업이 나머지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IPO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4년과 2015년 연이어 IPO를 추진했으나 주주 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며 결국 무산됐다. 2015년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11월에 이사회를 열기로 했으나 취소됐다.

      당시 주주인 한 기업은 IPO시 추가 자금을 출자해야 하는 부담을 나타냈고,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다른 주주가 차익실현을 위해 구주매출에 나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주주들 사이에 IPO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 에어부산 주주구성(출처: 에어부산) 이미지 크게보기
      에어부산 주주구성(출처: 에어부산)

      주주 간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이번 IPO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에어부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부산 기반 주주들 사이에 완전한 합의점을 찾은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주도적으로 주주들 설득작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IPO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주주, 기업가치평가와 상장 시기 등에 이견을 가진 주주들이 남아있어 앞으로 남은 작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주주들은 에어부산의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린 시점에 IPO를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란 입장으로 전해진다.

      에어부산은 현재 부산과 서울(김포)·제주·대구·울산 등에서 출발하는 항공 노선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 LCC와 달리 인천공항에서 취항하는 노선이 없다 보니 부산시 기업 주주들은 아시아나항공에 인천 취항 노선확보를 끊임없이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노선을 확보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부산 기반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지분 100% 자회사 에어서울이 인천공항에서 취항하는 가운데 에어부산까지 인천공항에서 취항할 경우, 각 항공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이미 포화한 상태에서 에어부산의 신규 취항 노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요인도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 기반 주주들이 에어부산의 인천 취항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천공항의 상황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를 비춰볼 때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에 에어부산이 취항할 수 있는 노선을 양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수익성 확보, 또는 현재의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채권은행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지난 8월엔 해당 MOU에 명시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자체평가했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 부채비율 완화 등을 위해 꾸준한 자금조달에 나서야 한다. 올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5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김수천 전 아시아나항공 사장 후임으로 한창수 전 아시아나IDT 사장을 선임한 것도 재무구조개선에 대한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과 관리본부, 전략기획본부를 거친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으로 평가 받는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의 상장 작업을 서두르는 것도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를 개선하려는 의지로 비춰진다"며 "에어부산의 주주 간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또한 현재 물러설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