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분할 효성 시총 급락…'패시브 마켓'의 그늘
입력 2018.09.21 07:00|수정 2018.09.20 18:47
    분할 전 시총 4.7兆 효성, 분할 후 합산 시총은 3.1兆
    코스피200 비편입 자회사서 자금 이탈…당분간 보수적 전망
    • 지난 7월 분할 재상장한 효성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역별 전문 경영 체제를 위해 회사를 5개로 쪼갠다는 '명분'은 좋았지만, 막상 시장의 투심(投心)은 효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분할재상장 시점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곳의 분할 회사 중 2곳만 코스피200에 편입되며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당분간 주가 흐름이 바뀌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4일 기준 ㈜효성·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첨당소재·효성화학 등 효성 계열 5개 상장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3조2365억원을 기록했다. 분할 전인 지난 5월 효성의 시가총액이 4조7000억여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 이상 떨어진 수치다. 지난 7월 재상장 직후보다도 10%가량 더 줄어들었다.

    효성그룹은 올해 초 ㈜효성의 분할을 발표했다. 사업 부문별로 회사를 분할해 특화된 경영을 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그간 효성은 무역·중공업·건설·첨단소재·산업자재 등 여러 사업이 한 법인에 묶여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분할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주가에 출렁임이 있긴 했지만, 발표 이후 거래가 중지되기 직전인 5월 말까지 4조원대 중반의 시가총액을 유지했다. 일부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들은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분할 전 효성을 매수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경영 리스크가 줄어들 거라는 이유였다.

    대기업 상장사의 분할 재상장 거래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서 저위험 차익거래 기회로 여겨졌다. 분할이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수급이 좋아지고 기대감이 형성되며 분할 재상장 이후 대부분 합산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던 까닭이다.

    지난 2011년 신세계-이마트 분할이 대표적인 사례다. 분할 전 신세계의 시가총액은 10조1800억원이었다. 분할 재상장 첫 날 신세계와 이마트 합산 시가총액은 10조2400억원으로 0.6% 증가했고, 2달 후인 8월 말엔 합산 시가총액이 11조95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가까이 커졌다.

    분할 재상장 후 효성의 시가총액 합계가 급락한 건 증권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분할 재상장 후 효성 5개사 시가총액 합계를 5조원 이상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10% 이상의 우호적인 '재평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당시 일부 증권사가 제시했던 목표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재상장 시점으로 꼽힌다. 효성은 5월 말 거래를 마무리하고 7월 중순 분할 회사 신주를 증시에 상장했다. 6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하며 국내 증시가 급락했는데, 이 영향을 그간 받지 않은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한달 반 치 악재가 분할 재상장 후 한꺼번에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보호무역이 득세하면 주력 수출 품목인 스판덱스 등이 영향을 받을 거라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패시브 펀드의 자금 이탈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분할 전 효성은 코스피200 편입 종목이었다. 분할 재상장 후 5개의 회사 중 효성과 효성중공업만 코스피200에 잔류했고, 나머지 3개 자회사는 코스피200에 편입되지 못했다.

    코스피200 추종 자금 규모는 4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패시브 펀드 자금 비중이 액티브 펀드를 추월한 지금, 핵심 지수에서 배제되는 건 수급에 큰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라는 '킬러 콘텐츠'를 갖췄음에도 재상장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이탈했고, 자산 배분 성격의 비차익 프로그램매물만 450억여원어치가 나왔다. 타이어코드를 생산하는 효성첨단소재의 경우에도 분할 재상장 직전 장밋빛 전망이 수 차례 제시됐음에도, 주가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핵심 자회사 일부가 코스피200에서 제외된 게 수급에 상당한 악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한다"며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규모가 늘어나며 지수 편입 여부가 주가의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이슈와 수급 악화로 인한 주가 하락인만큼, 단기적으로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기긴 어려울 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핵심 계열사의 성장성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주가 반등 시점은 전망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효성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 수준에 진입하는 등 과매도 국면인 건 맞다"면서도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주로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만 분할 재상장 이후 순매수를 이어나가고 있어 수급은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