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무드 성큼…5대 그룹 방북 손익계산서는?
입력 2018.09.27 07:00|수정 2018.09.28 09:43
    기술 집약적 산업보다 노동력자원 중심 산업 기대
    가시적 효과 기대 어렵지만 선점 효과 무시 못해
    4대 그룹 수혜 기대…시너지 큰 롯데는 방북 제외
    •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그룹 총수 등 경제계 인사들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하며 남북 경제협력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방북길에 동행한 4대그룹은 주력 사업보다는 건설 부문이나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 하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북한에 가장 빠르게 녹아들 수 있는 식품, 유통부문이 주력이지만 경제사절단서 배제되며 아쉬움을 곱씹게 됐다.

      지난 18일 시작된 남북정상회담 방북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수뇌부가 함께 했다. 북한의 ‘경제 실세’ 이용남 경제담당 내각 부총리를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산업 현장을 돌아봤다.

      국제 사회의 제재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남북 경협이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주요 그룹 입장에선 득이 많은 방북이다. 북한에 그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총수들이 북한 상황을 먼저 살핀 것이 소득이다. 표면상으로는 정부의 요청에 부응했다는 명분도 얻었다.

      경제 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수혜를 볼 분야로는 건설 부문이 꼽힌다. 북한은 주요 산업 인프라가 태부족이다. 장비와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설을 독려해 부실 공사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에 건설 부문이 있다. 건설 부문은 계속 덩치가 줄고 래미안 매각설도 이어졌지만 경협이 가시화 하면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 SK그룹은 SK건설을 각각 거느리고 있다. LG그룹의 서브원은 건설 부문을 분리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LG그룹은 건설부문은 따로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력 시설이 부족하고 공업 단지도 낙후돼 있다. 당장 기술 집약적 산업이 진출하기 어렵고 대규모 생산 설비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 그보다는 북한의 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의 시너지 효과가 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폰 등이 주력이며 인공지능·5G·바이오·전장부품을 4대 미래사업으로 정했다. 당장 경협 문호가 열린다 해도 북한에서 펼치기 어려운 산업들이다. 주요 생산 거점도 베트남, 인도 등 싼 인건비와 배후 수요 등이 장점으로 옮겨간 터라 북한에 중복 투자하기 쉽지 않다.

      다만 가전제품 조립 등 단순 작업 등은 북한에서 수행해도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일부 가전제품을 북한에서 위탁 생산했던 이력이 있다. 개성공단에는 삼성전자 벤더들이 진출했었다. 개성공단 진출사 관계자는 “언어가 통한다는 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방북을 두고 사실상 ‘정치적 사면’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수요는 더 확장할 수 있어도 공장을 북한에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반대와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로템(철도), 현대제철(철강) 등은 북한 인프라 확장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공사는 올해 안에 돌입할 전망이다.

      SK그룹은 반도체보다는 에너지와 통신 부문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경제 성장에 따라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다. 2005년 인천정유(SK인천석유화학)를 인수하면서 남북 교류 시 입지적 이점이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7월 남북협력기획팀을 신설한 바 있다.

      LG그룹에선 LG유플러스와 LG화학 등이 기대를 모은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남북 경협 조직을 꾸렸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LG화학은 삼성SDI와 더불어 북한 광물자원을 활용할 경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자회사 팜한농은 농약, 비료, 종자 등이 부족한 북한에서 사업을 확장할 만 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북한은 반도체와 같은 기술집약적 산업이나 자동차와 같은 대규모 자본 산업, 중공업 등이 진출해서 얻을 것은 많지 않고 경공업이나 식품·소비 관련 산업 기업이 진출하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식품·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북방 TF’를 설립했고, 롯데호텔은 남북 경협에 대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4번째 호텔 체인을 열었다. 롯데그룹은 이 외에 중국 동북 3성에 테마파트와 주거, 쇼핑 관광단지를 짓고 있고, 롯데제과는 북한의 싼 노동력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

      롯데그룹은 5대 그룹 중 시너지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날 만한 사업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방북길엔 함께 하지 못했다. 신동빈 회장이 수감 중이고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평이 있어 향후 북한 관련 사업에서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