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ㆍ카카오 이어 너도나도 암호화폐…결국 생태계 구축싸움
입력 2018.09.28 07:00|수정 2018.10.01 09:33
    싸이월드에 티몬까지 나서...자금조달 창구로도 활용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는 남은 과제
    •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이 속속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 발행에 나서고 있다. 뒤쳐지면 안 된다는 절박감과 더불어 암호화폐 발행을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진 기존의 사이버머니 등을 대체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보상체계 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실생활에 활용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네이버 라인이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통해 자산의 범용 암호화폐인 ‘링크(LINK)’ 분배를 시작했다. 링크는 라인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한 대가로 획득할 수 있는 ‘사용자 보상’방식으로 분배된다. 링크는 라인이 향후 출시할 콘텐츠, 커머스, 소셜게임, 암호화폐 거래소 등 다양한 서비스에 지불 및 보상 시스템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10월부터 성과물을 개발자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클레이튼 환경에서 사용하는 암호화폐 ‘클레이’에 대해 카카오가 보상형 암호화폐를 만든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이런 사항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비단 IT 대기업만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아니다. 싸이월드, 티몬, 한빛소프트 등 플랫폼을 가진 IT기업들은 자체 암호화폐 발행 작업을 준비 중이다.

      배경으론 우선 자금조달이 꼽힌다. 과거 프로젝트만을 가지고 자금을 모으는 가상화폐 공개(ICO)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아예 ICO 자체를 자금조달의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IPO와 달리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지분 희석도 없다는 점에서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려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ICO를 선택하는 IT기업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든 IT 기업들이 자금조달 만을 위해서 암호화폐 발행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의 경우 자금조달을 배제한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발행 목적 자체가 자금조달이 아님을 알리고, 라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블록체인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라인 내에서 통용 가능한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자체 생태계를 구현하려고 한 것”이라며 “플랫폼 내에서 게임, 쇼핑, 결제를 묶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화폐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이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실생활에서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 것은 없다. 거래소에 상장되고 가치가 변동하는 투자자산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플랫폼 내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 콘텐츠, 게임, 쇼핑의 결제 수단으로 자체 암호화폐를 이용하게 끔 하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 말고는 기존의 사이버머니, 포인트와의 차별화 되는 점은 아직까진 뚜렷하지 않다. 물론 범용성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생태계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선 기존의 가상화폐(사이버머니) 등과 달리 사용자들에 어떠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기반한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는 활발하지만 아직까지 실생활에서 접목되어 쓰이는 사례는 찾아 보기 힘들다”라며 “IT업체들이 내놓은 암호화폐들도 자금조달의 수단을 넘어 사용자들에 어떤 편의를 줄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