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주가 대비 3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 괴리율 수치화
대신·SK證 두각…미래·키움證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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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업공개(IPO) 주관사의 핵심 경쟁력은 설득력있는 논리로 적절한 공모가를 산정해 성공적인 거래(deal)를 이끌어내는 프라이싱(pricing;가격책정) 능력입니다. 그간 국내 IPO 리그테이블은 '주관금액의 절대적인 양'으로 순위를 매길 뿐, 프라이싱 능력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과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프라이싱 능력을 표준화해 집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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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크다고, 이전 실적이 많다고 해서 기업공개(IPO) 업무의 '질'까지 높은 것은 아니었다. IPO의 명가(名家)로 불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올해 신규상장 기업 프라이싱 성과는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하위권이었다.
오히려 대신증권·SK증권 등 일부 중견 증권사가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적정한 공모가를 제시해 발행사와 투자자의 윈윈(win-win)을 이끈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적정 공모가가 얼마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중소형사도 있었다. IPO 주관사 선택 기준이 다양해지고 명확해져야 하는 이유다.
28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IPO 프라이싱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연초 이후 7월말까지의 상장 공모 32건(스팩 제외)을 분석한 결과 신규상장 기업의 상장 후 3개월(최소 2개월)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64%가량 차이가 났다. 32개 기업의 상장 이후 평균주가가 공모가 대비 60% 이상 오르거나 내렸다는 뜻이다.
연초 시장이 과열됐다가 2월과 6월 악재로 급랭하며 변동성이 예년보다 커졌다. 1분기 신규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와 평균주가의 차이는 81%에 달했다. 이 격차는 3분기들어 다소 안정화하며 평균 29%로 줄어들었다.
인베스트조선은 등락이 심했던 올해 증시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공모가를 산출해낸 증권사가 어디인지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IPO 공모가는 대표주관사가 시장 상황을 감안해 산출한 '공정가치'에 10~30%의 할인율을 적용해 확정한다. IPO 공모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상장 3개월을 전후해 신규상장 기업의 주가가 공정가치에 도달하는 것이다. 기업은 적정가치를 인정받고, 투자자도 예상한만큼의 적정한 이익을 얻는다.
이를 감안해 신규상장 기업의 상장 후 3개월(최소 2개월)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가 공모가 보다 10%에서 최대 30% 높을 경우 해당 거래에 100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를 수치화했다. 평균주가가 이보다 높거나 낮을 경우 '적정주가'와의 괴리율을 숫자로 환산해 점수에서 차감했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엔 발행사가 피해를 입는다. 주식을 헐값에 매각한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엔 투자자가 피해를 입는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 주가가 급등할 경우에도 점수를 차감했다. 단, 평균주가가 공모가보다도 낮을 경우엔 2배의 점수를 깎았다. 유통시장에 악영향을 주어 공모 시장 전체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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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가장 의외였던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었다. 두 증권사는 IPO 시장에서 전통의 강호로 통한다. 하지만 올해 프라이싱 평균 점수는 나란히 58점대에 그쳤다. 이들이 상장을 주관한 기업의 적정주가와 평균주가 사이의 괴리가 평균적으로 42% 이상 벌어졌다는 뜻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주관사 프라이싱 평균 점수인 64.58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거래별로 편차가 컸다. 3월 공모를 주관한 케어랩스의 경우 상장 후 3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가 적정주가 대비 2배 이상에서 거래됐다. 발행사에 불리하게 공모가가 책정된 것이다. 제노레이가 상장 후 이상적인 수준에서 평균주가가 형성됐고 세종메디칼과 엔지켐생명도 무난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케어랩스에서 잃은 점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케어랩스는 기업금융1부의 최신호 이사가, 제노레이는 기업금융2부의 유명환 이사가 실무를 책임졌다.
감안해야 할 부분도 있다. 올해 한국투자증권 신규상장 기업 포트폴리오 중 상당수가 주가 등락이 잦은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 속해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대표주관을 맡았던 신규 상장사 11곳 중 10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던 '최악'에서도 벗어난 모양새다. 비교적 주가 급등락이 심했던 상반기에 다수의 거래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수치에 반영되지 않은 이슈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공모를 철회한 SK루브리컨츠의 공동대표주관사였다. 한국투자증권은 프라이싱 전략의 실패로 고객사의 증시 입성이 좌절됐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 역시 명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성과를 냈다. 7월 상장시킨 휴네시온을 제외하면 올해 담당한 거래 대부분의 주가 흐름이 이상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연초 상장한 동구바이오제약의 경우 공모가의 2.5배 수준에서 평균주가가 움직였다. 조광재 IPO 담당 본부장과 한흥수 ECM1부 이사가 담당한 거래다.
NH투자증권도 올해 상장 포트폴리오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동구바이오제약과 올릭스는 주가의 널뛰기가 심한 바이오기업이다. 이리츠코크랩은 국내에선 선호도가 낮은 공모형 부동산투자회사다. 시장의 등락을 경직된 증권 공모 절차에 실시간 반영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는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형사 중 유일하게 70점에 가까운 프라이싱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다소 까다로운 거래로 알려졌던 롯데정보통신 상장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롯데정보통신 상장 성공 이후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상장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벤처투자사 SV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부진했던 점은 마음에 걸린다는 평가다.
중소형사 중에선 SK증권이 의외의 성과를 보였다. SK증권의 경우 지난 6월 공모를 진행한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의 주가가 이상적인 수준에서 움직였다. 이 기업의 상장 후 3개월간 가중산술평균주가는 8184원으로, 공모가 대비 26% 높은 수준이었다.
단 1건만으로 '실력있는 주관사'라고 인정하긴 어렵다. 다만 같은 기간 SK증권과 같이 1건의 거래를 소화한 유안타증권·IBK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의 경우 담당 거래의 적정주가 대비 평균주가 괴리율이 50%를 훌쩍 넘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SK증권의 IPO팀은 삼성증권에서 20년 가까이 IPO 업무를 담당했던 배성환 이사가 이끌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3분기말 기준 인베스트조선 IPO 리그테이블 주관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프라이싱 순위에서도 평균 점수가 75.98점으로 가장 높았다. 7월말까지 3곳 이상의 신규기업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대신증권의 성과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IPO 전담 인력을 20명 이상으로 크게 늘린 덕분으로 풀이된다. 내부출신 박성준 IB부문장과 우리투자증권에서 영입한 나유석 IPO 본부장의 '합'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전의 정태영 단장-장우철 전무-한여선 상무로 구성된 '올드비' 조합은 지나친 내부 경쟁과 이로 인한 과장급 실무 인력 이탈로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개별 거래로 따지면 아쉬운 부분도 보인다. 엠코르셋 같은 경우 이상적인 평균주가 흐름을 보였지만, 티웨이항공과 에스지이는 평균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밀렸다. 에코마이스터는 평균주가가 공모가의 2배 이상에서 형성되며 발행사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모두 다 합격점을 줄 순 없었던 셈이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이자 업계 8위권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의 부진은 아쉽다. 하나금융투자의 공모가 대비 상장 후 가중산술평균주가의 평균 격차는 94%에 달했다. 모두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한 사례다. 공모주 투자자에겐 '대박'을 안겨준 고마운 주관사지만, 발행사에겐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모양새다. 하나금융투자는 2010년 이후 IPO 인력의 교체가 잦았다. 지금은 한화증권에서 자리를 옮긴 박병기 상무와 김진평 이사가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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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9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