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지분 20%까지 떨군 MBK…불안한 경영권 vs. 매수자엔 이득
입력 2018.10.05 07:00|수정 2018.10.08 21:42
    애초부터 불안했던 경영권 지분…MBK 추가 매집 '실패'
    두 차례 블록딜 통해 30% 지분율도 20%로 낮춰
    원매자는 인수자금 부담 줄어…경영권 불안은 고민거리
    •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지분율을 꾸준히 낮추고 있다. 코웨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주가가 크게 올라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남은 지분을 통한 경영권 매각에서의 여러 이슈도 거론된다. 새 주인은 전체의 4분의 1도 안 되는 지분을 수조원을 들여 인수해야 하는데, 낮은 지분율은 추후 회사를 이끌어 가는데 부담요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낮아진 지분율 덕에 적은 자금으로 코웨이 경영권을 일단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인수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점도 거론된다.  매각 측에선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후보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인수후보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MBK는 지난 9월 특수목적법인(SPC) 코웨이홀딩스가 보유한 코웨이 주식 369만주(5%)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 3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매각주관은 골드만삭스로, 코웨이의 경영권 매각을 담당했던 곳이다.

      MBK의 코웨이 블록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지난해 5월에도 지분 5%를 블록딜로 처분해 지분율을 낮춘 바 있다.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지분율은 최초 인수 시점인 2013년 1월 31%였으나 현재 22%까지 떨어지게 됐다. MBK는 인수 이후 배당과 블록딜을 통해 투자금액 중 상당부분을 회수했다.

      ◆ 인수 때부터 낮은 지분율 '걱정'…불안한 경영권 감수할 인수업체는

      MBK파트너스가 2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부터 낮은 지분율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바이아웃(Buy-out)을 표방한 국내외 사모펀드(PEF) 가운데 코웨이와 같이 낮은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다.

      이 때문에 MBK는 최초 지분 30%를 인수할 당시부터 지분 20%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을 세웠었다.

      MBK는 지난 2012년 말과 2013년 초에 걸쳐 코웨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주식 2382만9150주, 주당 5만원씩 총 1조1915억원을 들였다. 웅진홀딩스와 윤석금 회장의 자제인 윤형덕 씨·윤새봄 씨가 보유한 지분이 인수 대상이었다.

      당시 MBK는 국내외 주요 출자기관(LP)로부터 총 1조7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은 상태였다. 국민연금이 인수금융 1000억원을 포함해 총 3500억원, 새마을금고가 총 4000억원(인수금융 2000억원 포함)에 대해 확약서(LOC)를 발급한 상태였고, 신한은행과 하나금융투자(舊 하나대투증권)에서 1700억원의 인수금융도 확보했다.

      여기에 중국투자공사(CIC)와 캐나다 온타리오교원연금(OTTP)에서 6400억원을 확약 받았고, 코웨이 인수 이후 웅진케미칼을 웅진홀딩스에 되팔고 받을 1700억원의 현금 유입도 예정돼 있었다.

      추가적인 인수금융을 일으킨다면 이보다 더 많은 자금조달도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MBK가 캐피탈콜(Capital-call)을 통해 실제 집행한 자금은 지분 30%에 대한 약 1조2000억원이었다.

    • 그러나 이후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는 실패했다. 같은 기간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거래가 시작될 당시(3만원 대 후반~4만원 대 초반) 경영권 프리미엄이 너무 많이 붙었다는 지적이 무색하게 코웨이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인수가인 5만원을 훌쩍 넘겨 거래가 됐다. 결국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지분보다 더 높은 가격에 추가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지분이 분산돼 있는 탓에 공개매수가 아니면 20%를 추가로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주가 상승과 더불어 MBK가 코웨이에만 전념할 수 없었던 내부 사정도 추가지분 확보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같은 시기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와 일본 '고메다 커피'를 인수했고, ING생명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C&M(現 딜라이브) 매각을 준비함과 동시에 3호 블라인드펀드 결성도 추진 중이었다. 이후 추가지분 확보 없이 현재까지 경영하다 블록딜로 보유지분이 더 줄었다.

      현재 코웨이 지분 22%에 해당하는 지분가치는 약 1조5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최대 2조원 가까이 치솟을 수 있다. 인수업체 입장에선 2조원을 들인다 해도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기엔 부족한 20% 남짓의 지분은 인수업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코웨이의 주요 주주는 ▲코웨이홀딩스(22.17%) ▲GIC Private Limited(7.35%) ▲Lazard Asset Management LLC(6.95%) ▲국민연금(6.92%) 등이다. 투자금회수 목적을 차치하고도 MBK는 인수 이후 배당을 꾸준히 실시하며 주주 환원책을 이어가고 있다. MBK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현재까진 주주들의 이렇다 할 반발은 없는 상태다.

      다만 새 주인을 찾은 이후 이 같은 관계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외부세력을 견제할만한 협상력 또는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인수자가 새 주인으로 낙점될 경우엔 더욱 그렇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인수업체가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증자와 같은 추가 자금투입이 불가피함은 물론이고, 기존의 배당성향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CAPEX 투자를 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MBK가 투자금 회수하고 떠난 타사키…경영 불안에 또다시 MBK에 '러브 콜'

      '기업에 확실한 경영권을 쥔 대주주가 없다'는 위험성은 MBK가 이미 한차례 경험한 바 있다. 일본 진주 쥬얼리 브랜드 타사키(TASAKI)의 사례다.

    • 日 진주 쥬얼리 브랜드 타사키(TASAKI)(출처: MBK파트너스) 이미지 크게보기
      日 진주 쥬얼리 브랜드 타사키(TASAKI)(출처: MBK파트너스)

      MBK는 지난 2008년 1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경영난을 겪던 일본 타사키 우선주를 인수했다. MBK는 수년 간 경영개선 활동 끝에 타사키를 턴 어라운드 했고, 2015년 보유하고 있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엑시트에 나섰다. MBK는 보통주로 전환해 보유하게 된 지분 80%가량을 시장과 장외에서 매각했다. MBK의 수익은 투자 원금대비 3~4배가량으로 추산된다.

      MBK의 대규모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주가 하락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타사키는 외부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 MBK의 지분 일부를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가방어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K가 떠난 이후 타사키는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외부세력의 견제와 경영간섭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회사의 배당성향이 꾸준히 높아졌고 부담이 커진 타사키 경영진은 결국 MBK에 다시 자금 투입을 요청하게 된다.

      MBK는 이후 3억6000만달러(한화 4000억원)을 투입해 타사키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공개매수에 성공한 MBK는 타사키를 일본 증시에서 상장폐지했다. 결국 1호 펀드 엑시트 이후 3호 펀드에서 투자하는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셈이다.

      MBK는 물론 손해를 보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거래였다. 그러나 회사(타사키) 입장에선 MBK가 떠난 이후 경영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에 처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이 코웨이에 접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극단적으로 '적대적 M&A' 또는 '외부세력의 경영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코웨이가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배당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수업체는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때문에 MBK가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에도 지분 100%를 인수해 상장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됐을 정도다.

      ◇ MBK 매각대상 지분이 줄면서…웅진 컨소시엄으로선 이득? 

      2016년에 한차례 매각에 실패한 이후. MBK는 아직까지 코웨이를 매각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윤석금 회장을 중심으로 한 웅진그룹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코웨이 인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현재 MBK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웅진그룹은 2013년 코웨이 지분을 매각하며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MBK가 사전협의 없이 2017년 블록딜을 진행했다고 하고 있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하지만 현재까지 서울고등법원을 포함한 법원은 MBK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MBK파트너스의 블록딜로 매각대상 지분이 줄어들었다.

      웅진그룹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인수해야 할 지분이 줄면서 최대 약점인 자금마련 부담도 줄게 됐다. 코웨이를 되찾아온다는 '명분'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자금부담을 덜어낸 것이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됐다.

      그간 MBK는 표면상 웅진그룹 컨소시엄을 진지한 인수후보로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 "웅진에 되팔 일은 없다"라고까지 밝혀왔다. 그러나 블록딜로 인해 오히려 웅진그룹의 인수 시도에 도움이 될 묘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FI가 자금줄 역할을 한다 해도 현재 지분율만으로 웅진그룹이 경영권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웅진그룹 입장에서도 현재 상황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웅진이 윤 회장 다음세대를 이을 경영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