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망 준비해야 하는데…" 證 리서치 신뢰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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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한적인 상승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던 주요 증권사 10월 증시 전망이 불과 사흘만에 빗나갔다. 최근 8거래일 연속 급락한 코스피지수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2100선까지 뚝 떨어졌다.
'미국에 기댄 무난한 장세'를 기대했던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사색이 된 표정이다. 당장 내년 전망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펼쳐진 의외의 폭락장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3.3% 급락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인 2154포인트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위기설이 제기될 때마다 지지선 역할을 해왔던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선인 2240선이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9월28일 이후 8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당초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이번달 증시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미국 금리는 10년물 기준 3.0% 안팎에서 안정됐고, 환율도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었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듯 했다. 대부분의 증권사 전략부서에서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큰 부침 없는 완만한 상승세 예상"이라는 언급을 내놓은 배경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부분의 증권사가 10월 코스피 예상 밴드로 하단보다는 상단을 활짝 열어놨다. 9월 상승장에서 2350대 중반에 안착한 코스피지수가 2400 돌파를 시도할 거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가 2400선 돌파를 염두에 뒀고,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의 경우 최고 2500을 제시하기도 했다.
막상 10월의 뚜껑이 열리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 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25% 급락한 2309.57로 마감됐고, 이어 4에는 2274.49까지 밀렸다. 10월 장이 열리고 단 3거래일만에 대부분의 증권사가 밴드 하단으로 제시했던 2300이 뚫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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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증시 급락의 원인은 크게 ▲미국 기준금리 지속 인상 가능성에 따른 시장 금리 급등 ▲미중 무역분쟁 지속 ▲미국 기술주 상승 피로감 등이 꼽힌다.
그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주식 시장은 "이 정도면 올릴만큼 올렸다"며 긍정적 전망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10월들어 파월 연준 의장 등이 아직 기준금리를 올릴 여지가 많이 남았다는 뉘앙스의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결국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도 중간선거 전 원만히 해결될 거라는 전망이 어긋났다. 중국은 최근 은행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인하했는데, 이는 시장에 돈을 풀거라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위안화가 풀리면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달러-위안 환율이 오르고, 그만큼 중국 산업은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중국이 무역분쟁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에 그간 리스크 온(Risk-On) 투자 시장을 견인한 미국 기술주들의 상승 피로감과 실적 불안감이 겹쳤다는 평가다. 지난 10일 하루에만 애플 주가는 4.63%, 아마존 주가는 6.15%, 넷플릭스 주가는 8.38% 급락했다. 이른바 팡(FAANG) 주식의 시가총액이 단 하루 사이 200조원 증발했다. 200조원은 SK하이닉스·셀트리온·현대자동차·네이버·포스코·삼성물산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의외의 장세가 펼쳐지며 증권사 리서치센터 전략부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보통 리서치센터의 이듬해 연간 전망은 10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사이 대외에 공개하게 된다. 적어도 10월, 길게는 연말까지 안정된 장세가 펼쳐지고, 내년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거라는 단기·중기 전망이 빗나가며 연간 전망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 관계자는 "연간 전망은 물론 이미 월 단위 전망까지 '양치기 소년'처럼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예측을 해야 하나 고민"이라며 "연간 전망을 내놓지 않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의외의 급락장세에, 버티던 미국 증시까지 무너지며 하락장이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신뢰도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한 증권사가 올해 코스피 3000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결과는 2100선이 위협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바이(BUY)만 외치는 국내 증권사 리서치에 기관들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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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11일 14: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