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주가 낮을 때 시작해야 성사 가능성 커져”
내년 시장 전망 어두운 만큼 폭락 가능성도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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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 시장의 낙폭이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상장사 M&A를 추진하기엔 적기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거래 절차 중 주식 시장이 꺾이는 것은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시장 가치가 낮을 때 거래가 시작하면 나중에 시장이 반등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고 거래 종결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은 상반기 한 때 2600선을 오갔고 꾸준히 2400선을 유지했지만, 하반기 들어 폭락했다. 짧은 호황을 지나 다시 몇 년 전의 박스권 장세로 돌아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외인 자금 유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미국 기술주들의 급락 등 악재가 많았다. 코스닥 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주식 시장 침체는 상장사 M&A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상장사가 끼어 있는 합병 거래는 주가를 따져 합병 비율을 정하고, 매각에서도 상장사의 시장 가치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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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코스닥상장사 휴젤은 최대주주(Leguh Issuer Designated Activity Company)가 동양에이치씨를 흡수합병을 반대했고, 임시주주총회에서도 합병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합병 공시 전일(9월 4일) 44만4600이던 주가가 지난 15일 33만3000원으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합병 반대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1주당 44만5512원에 사주기로 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서 막대한 매수 대금이 소요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통 주식수의 10%(6월 30일 기준, 43만5363주)만 매수하더라도 2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유출된다. 지분구조 단순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주주들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글로벌 사모펀드(PEF)는 상반기부터 한 국내 상장 대기업 계열사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최근엔 지지부진한 상태다. 원래는 주식 시장이 좋을 때의 시가에 얼마만큼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느냐를 놓고 협의 중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논의를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매각자로선 불과 몇 달 새 급락한 몸값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장사 M&A 욕구가 일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히려 지금부터 M&A를 추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매각 거래의 경우 매각자의 눈높이가 낮아진 상황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향후 주가가 오르더라도 매각자의 마음이 달라져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수자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시장엔 자금이 많기 때문에 의지가 있다면 거래는 무난히 성사시킬 수 있다. 합병의 경우에도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면 적어도 매수청구권 행사 고민은 줄어든다.
M&A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시작한 상장사 M&A는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저점일 때 M&A 작업에 들어가면 절차가 진행되는 수 개월간 주가 상승에 따른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역으로 생각하면 바로 지금이 M&A를 시작하는 데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은 내년까지도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우려 요소들은 이미 예측됐던 것이고, 주가 하락 폭은 실제 위험 요소에 비해 크다는 평가도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주가가 급등하기는 어렵겠지만 추가적인 대폭락 가능성 역시 줄어든 상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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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19일 15: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