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여 안하겠더니 말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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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출범 전부터 회장-행장 겸직 이슈로 시끄럽다. 이사회의 의견은 갈리고 정부까지 나서 훈수를 두는 상황이다. 지주 전환의 당위성조차 찾지 못한 상황에서 관치논란까지 가열되고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그동안 수 차례 비정기 간담회를 열고 회장-행장 겸직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겸직을 찬성하는 쪽은 지주 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반대의견은 보다 충실한 경영 및 성장을 위해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우리은행은 논란 끝에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회장 후보군을 정하기로 했다. 행장과 회장을 겸임하느냐, 분리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자 우선 회장 후보군부터 정하고 겸직 여부는 차후에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복수의 회장 후보를 뽑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어떤 방식이든 과점주주와 이사회 안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과점주주 방식 우리은행 민영화가 성공한 후 정부는 과점주주의 지분이 예금보험공사보다 많기도 하거니와 큰 문제는 과점주주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도 해제됐다.
정부는 이후 관망세를 보였지만 최근 갑자기 개입 움직임을 보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우리은행) 지배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아주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불과 2년만에 정부의 기조가 바뀌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선 예금보험공사가 18.43%를 지분을 들고 있다는 점을 빌미로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국민연금 보유 지분(9.29%)까지 합치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규모가 7대 과점주주 지분(27.22%)을 넘어선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도 정부 영향력이 강했던 은행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지 못하면 이사회 참여를 막을 수 없고 경영 간섭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는 지적이 있었다.
한 우리은행 직원은 “회장-행장 겸직 문제로 내부가 시끄럽다”라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겸직 이슈를 떠나 중립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현재 분위기면 자칫 금융지주사 전환조차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정부 눈 밖에 난 회장 후보가 선출될 경우 금융위원회가 지주사 전환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인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은 금융위가 금융지주사 전환의 칼자루를 들고 있다”라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배구조 문제에 관심 있다고 발언한 만큼 인사 문제에 일정 부분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금융지주사 출범 이슈가 당초 취지와 벗어난 방향으로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금융지주사와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경쟁력 있는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기에는 자본여력이 걸림돌이다. 2분기말 기준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1.2%로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낮다.
금융지주사 전환시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아주캐피탈, 교보증권 등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타 금융지주사 비은행 부문과는 상당한 격차가 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 회장-행장 겸직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다는 비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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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