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꾸리기 쉽지 않네'…PEF 매칭 자금 구하기 '비상'
입력 2018.10.25 07:00|수정 2018.10.26 09:33
    NPS·산업銀 출자규모 커지는데…LP 풀(Pool)은 그대로
    국민연금 사업 늦어지며, 주요 기관 출자도 'STOP'
    연말 결성시한 다가온 산업銀 위탁운용사 '비상등'
    • 메인 출자자(Anchor LP)로부터 자금을 받아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추진 중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고민은 '매칭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나 점점 더 매칭자금 확보와 펀드 결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 메인 LP의 출자규모가 늘어나고 결성해야 할 펀드 규모는 매년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기관 출자자 숫자는 한정돼 있어서다. 그렇다고 컨테스트(Contest)를 거치지 않은 수시출자가 활성화되지도 못했다.

      올해는 특히 맏형 격인 국민연금의 출자사업 선정기간이 더 길어졌다. 이러다보니 이를 참고해 PEF 투자를 고민했던 다른 LP들의 출자계획도 구체화되지 못했다. 당장 연말까지 펀드결성을 완료해야 하는 운용사들의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 산업은행ㆍ국민연금 등의 출자규모는 연일 확장세다.

      매년 2차례씩 꾸준히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산은은 지난 3월과 6월 공고를 내고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을 마쳤다. 미드캡(Mid-Cap)과 그로쓰캡(Groeth-Cap) 부문을 비롯해 올해 약 1조원의 자금을 출자했고, 19곳의 운용사를 선정했다. 한국성장금융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출자사업까지 합하면 전체 펀드규모와 운용사 수는 이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또한 사상 최대 규모 출자를 진행 중이다.

      올해 부동산·인프라 펀드를 포함해 대체투자 부문에만 총 2조7000억원 이상의 출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현재 총 8000억원을 출자, 운용사 2곳에 나눠주는 라지캡(Large-cap)부문과 12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4000억원 규모의 NPL펀드 출자사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총 6곳의 운용사를 추가로 선정한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LP가 우정사업본부와 지방행정공제회·교직원공제회·노란우산공제회·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이다. 또 농협상호금융와 산재보험·고용보험과 국내 보험사, 캐피탈사 등도 주요 기관출자자다.

      산은이나 국민연금에서 선정된 운용사들은 이들 기관으로부터 주로 매칭자금을 모은다. 민간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컨테스트 형식을 거쳐 운용사를 선정한다.

      당장 올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출자 받은 운용사들은 연말까지 펀드결성을 완료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펀드 출자비율을 총 결성금액의 40%이내. 산업은행 자금 외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매칭해야 한다.

    • 그러나 은행과 보험사들의 출자 규모가 예년 같지 않다. 또 특히 출자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됐던 행정공제회와 교직원공제회 등이 아직 블라인드펀드 출자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블라인드 출자사업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출자 규모가 매년 커져 최근 앵커 LP역할까지 하고 있는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올해 대체투자 출자사업을 거의 마무리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출자 받은 한 운용사 관계자는 "주요LP들이 출자사업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매칭 자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용사들이 상당수 있다"며 "산업은행의 펀드결성 시한이 올 연말까지인데 몇몇 운용사는 연말 산업은행에 읍소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선임이 늦어지면서 출자사업 또한 다소 늦춰졌고, 대체투자실장자리 또한 공석인 탓에 출자사업 추진에 힘을 싣지 못했다. 현재 진행 중인 출자사업 또한 국정감사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운용사 선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이 끝나도 역시 펀드 결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국민연금의 펀드 출자비중은 50% 내외. 라지캡 부문만 하더라도 2곳의 운용사가 4000억원씩 자금을 받아 최소 8000억원 이상의 펀드를 결성해야 한다. 벤처와 NPL펀드까지 합하면 선정된 운용사가 민간자금을 매칭해야 하는 규모만 1조3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연금과 산은으로부터 출자 받은 비교적 검증된(?) 운용사라 하더라도 항상 '공개경쟁' 형태로 매번 제안서를 내고 컨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경직된 출자과정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주무부처와 감사원, 국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공기관 성격의 LP들이 자율적으로 출자를 결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펀드레이징을 앞둔 운용사들은 국민연금 매칭용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산업은행 펀드 매칭을 위해 출자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PEF 운용사의 대표급 인사는 "매년 반복되는 감사와 국회의 지적 때문에 LP들 또한 자율적인 자산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LP들이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컨테스트 방식을 고수해야 한계도 있지만, 절차에 매몰되기 앞서 기금의 수익률을 극대화 할 능력 있는 운용사를 발굴하고, 이에 맞는 출자사업 방식을 고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