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투자도 총액인수…위험 지고 목돈 버는 증권사 IB
입력 2018.10.26 07:00|수정 2018.10.30 09:57
    미래에셋·NH證 등 대형사들
    대출 외에 지분 투자 사례도
    공동 주선 때보다 위험 크지만
    거래 절차 빨라지고 종결 쉬워
    • 증권사 투자은행(IB) 부서들이 이제는 대출이나 부동산 투자는 물론, 지분 투자(Equity)에서도 총액인수 조건을 내걸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면 거래를 따낼 가능성이 커지고 취할 수 있는 이익도 늘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전망은 불투명한 반면 자본 활용 필요성은 커지는 상황이라 증권사 IB들의 과감한 움직임도 이어질 전망이다.

      총액인수는 주로 채권이나 주식 발행 시 주관 증권사가 물량을 포괄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M&A에서도 활용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인수금융 분야에선 보편화된 지 오래다. 대부분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들이 총액인수 주체로 나선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코웨이 인수금융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을 맡았다. MBK파트너스가 새로 빌리는 차입금 전액을 총액인수한 후 재매각 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한온시스템의 마그나그룹 사업부 인수 자금을 제공한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올 초 ADT캡스 M&A에서 각각 인수금융 전액에 대해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주며 일찌감치 주관사단에 포함됐다.

      증권사가 인수금융을 총액인수 하면 자금 수요처의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하다. 거래 절차가 빨라지고 종결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초기 부담을 혼자 지기 때문에 공동으로 주선할 때보다는 위험하다. 그러나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셀다운 투자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선순위 권리를 가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동산 투자 분야에서도 증권사의 총액인수 사례가 많다.

      NH투자증권은 2016년말 파크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단독 주선했고, 올해는 나인원한남 PF 주관 자리를 따냈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인수 거래도 총액인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SK D&D의 제주 호텔 개발 PF를 단독 주선했고 독일 쾰른과 영국 런던의 오피스빌딩 지분을 총액인수 하는 등 국내외 부동산 투자로 분주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영국 갤러거 쇼핑 파크, 아랍에미리트 인프라 펀드 등에 총액인수 방식으로 투자했다. KB증권은 더케이트윈타워 부동산금융 주선, 한국투자증권은 영국 부동산(70 마크 레인) 인수 거래를 진행했다.

      부동산 관련 투자는 확실한 실물 담보가 있기 때문에 증권사가 총액인수를 하더라도 부담이 적다. PF 대출은 그 주기가 2~3년으로 길지 않다. 위험성이 거론되는 미분양담보대출 확약도 실제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손에 꼽는다. 기관들의 부동산 투자 수요가 많고, 관련 투자 상품을 만들어 리테일로 소화해도 되기 때문에 셀다운 부담도 크지 않다.

      대형 증권사 IB부문 관계자는 “올해 주식 시장이 꺾이면서 IB 부문의 성적표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증권사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웬만하면 총액인수 조건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증권사들은 최근엔 지분 투자에서도 총액인수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출이나 부동산투자보다 위험성은 크지만 그 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CJ제일제당의 미국 쉬완스 M&A에서 JKL파트너스가 결성하는 프로젝트펀드의 출자금 모집 역할을 맡았다. 총액인수 후 승인이 나는 기관투자가에 재분배할 계획이다. 목표한 지분 규모를 충족하지 못하면 해외에서 조달하는 차입금 규모를 늘리기로 하는 등 유연한 구조를 짜서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모멘티브 인수 거래에 참여하는 SJL파트너스의 프로젝트펀드 결성 작업을 맡았다. 이미 목표 이상의 기관 자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총액인수 사례는 앞으로도 많아질 전망이다. 해가 갈수록 IB 부서에 요구하는 수익 규모가 커지고 있어 안전한 투자만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순자본비율(NCR)이 높고 위험을 감내할 여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들은 더욱 활발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기업신용공여 한도가 100%에서 200%로 확대되기도 했다.

      증권사 증권 담당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자본력이 커지면서 일시적 평가 손실이 나더라도 버틸 수 있게 됐고 과감한 투자도 가능해졌다”며 “과거엔 IB 부문 실적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새로운 시장이 열렸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거래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