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렌터카, SK네트웍스의 캐시카우일까? 그룹의 미래차 플랫폼일까?
입력 2018.10.29 07:00|수정 2018.10.30 10:05
    '렌터카 對 플랫폼' 해석 따라 향후 전략 방향도 갈려
    M&A 과정에서 분할후 지주로 이전 검토…SK네트웍스는 부인
    계열사 협업·사업 확대 중요해진 '미래차'…내년에 방향 확정할 듯
    • "SK그룹은 AJ렌터카를 왜 인수했을까?"

      단기적으론 SK네트웍스가 꾸리는 기존 렌터카 사업의 역량 강화가 배경으로 거론된다. 동시에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인 모빌리티 사업이 펼쳐질 '플랫폼 확보'로도 해석된다.

      결국 그룹이 어느 선택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계열사와 지주사의 사업 주도권을 둔 고민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 SK그룹은 왜 성장세 꺾인 ‘렌터카’를 택했을까?

      SK네트웍스는 지난 9월 AJ렌터카 지분 44.2%를 3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양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 등 잔여 절차를 마쳐 올해 내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M&A로 SK그룹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21.8%를 기록, 선두인 롯데렌탈(24.3%)을 바짝 쫓게 됐다. 산업 내 경쟁 구도도 롯데그룹과 SK그룹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

      인수 직후 시장에선 SK그룹이 렌터카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관전평이 잇따랐다. 렌터카 산업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정체기일뿐더러, SK네트웍스 내 렌터카사업의 영업이익률도 3% 초반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다. 오히려 그룹 일각에선 렌터카도 중고차 사업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그룹 내부에선 M&A로 확보할 '플랫폼'에 방점을 뒀다. 렌터카 산업 자체의 성장성 둔화는 인정하면서도,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점찍은 모빌리티 사업 강화 측면에선 렌터카 업체 확보가 필수적인 점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수로 SK네트웍스는 AJ렌터카가 보유 중이던 7만7000여대의 차량과 영업망을 추가로 확보한다.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시장에 먼저 진입한 카카오가 플랫폼으로 전국 25만여대에 달하는 '택시'를 택했다면 후발주자인 SK는 총 17만대에 달하는 '렌터카'를 미래차 사업의 기반으로 삼은 셈이다.

      미래차를 둘러싼 국내 규제 환경도 고려됐다. 택시 등 기존 사업자의 이해관계자가 복잡한 국내에선 대기업인 SK가 직접 참전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우버(Uber)·그랩(Grab) 등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은 개인 소유의 모든 자동차를 자사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카 헤일링(Car Hailing) 시장을 개척했지만 국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SK그룹 내에서도 개인 간 차량공유(Car Hailing)는 이미 시장이 열린 해외 업체 지분 투자에 집중하면서, 국내 시장은 카카오가 카풀을 통해 진입한 이후 여론 추이를 지켜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이미 택시 등 기존 사업자들의 지배력과 반발이 강한 일본‧유럽 등에서도 우버 등 카 헤일링 사업자의 진입이 차단되다보니 렌터카 사업자 기반의 '카 셰어링' 위주로 모빌리티 산업이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배구조로 불씨 번진 M&A…SK㈜‧SK네트웍스 운영 주체는?

      SK그룹은 올 초부터 모빌리티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 3월 최태원 회장이 공식화한 사업계획에서 반도체·ICT·에너지·헬스케어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분야도 '5대 신사업'으로 포함했다. 총 3년간 80조원 투자 계획 중 모빌리티 분야엔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구체화했다.

      결국 모빌리티 사업의 육성 방향과 시기에 따라 최적의 운영 주체를 찾는 고민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AJ렌터카 인수를 주도한 지주사 SK㈜ 내 PM(Portpolio Management)실에서 렌터카 사업을 통합하고, 이를 인적분할해 나중에는 지주사의 자회사로 직접 운영하는 안을 고려한 점이 대표적이다.

      SK네트웍스는 해당 내용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SK네트웍스 입장에서 보면 AJ렌터카는 시가의 두 배에 육박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인수한 계열사의 미래 핵심 먹거리다. 렌터카를 자체 사업에서 제외할 경우 가정 렌탈사업, 상사업, 에너지 사업 등으로 사업 분야가 쪼그라들게 되지만 해당 사업들의 영업이익률은 0~1% 수준에 그친다. 2014년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넉넉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왔지만 과거 동양매직과 이번 AJ렌터카 인수로 재무 여력도 대폭 줄어 대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전통적인 '렌터카' 업체라는 인식을 벗고 그룹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끌어내기 위해선 지주사가 이를 직접 총괄하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미래차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그룹 계열사들과 협업은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단기적으론 인수 이후 SK에너지가 보유 중인 주유소에 자동차를 배치하는 등 계열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와의 협업도 필수적이다. 렌터카 사업을 통해 SK텔레콤이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T맵에 반영하거나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SK네트웍스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존 렌터카 사업에서도 B2C 소비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나 SK이노베이션 등과 협업 혹은 시너지가 예상보다 이뤄지지 않았다"며 "SK그룹에선 진행 여부와 별개로 매년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중심 계열분리 가능성이 언급됐던 상황에서 그룹 미래사업을 SK네트웍스 내 사업부로 유지하는게 맞는지 고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빌리티’에 대한 방향을 일찌감치 지주사와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주도해 준비해온 점도 변수다.

      이미 SK㈜는 동남아시아 1위 라이드셰어링 업체인 그랩(Grab)과 미국 1위 개인간(P2P) 카셰어링 업체 투로(Turo)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에서 카셰어링 산업을 선점한 쏘카의 2대 주주로 참여해 해당 사업 경험도 쌓았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쏘카의 잔여 지분을 인수해 합병하거나 완성차 업체 등과 투자 유치 등 협업을 고려하기에도 사업부 형태보단 독립 계열사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인수가 마무리된 후 내년도 이후 해당 개편안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찌감치 수펙스 차원에선 자율주행·공유차 등 미래차 산업 구상을 넘어서  '스마트 시티'로 범위를 넓혀 잠재 매물을 찾고 있다"며 "그룹 최고경영진 선에서 인수 금액을 먼저 정해놓고 이사회에 전달했을 정도로 인수 의지가 컸던 거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