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책 발표에도 '실효성 미지수' 반응만
"정책 안 믿어" 美 '파월 풋'만 기대하는 국내 투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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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견조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000선마저 지키지 못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증시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정부의 안온한 대응에 기대심리마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05포인트, 1.53% 추락한 1996.10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진 건 지난 2016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는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 26일 대비 4.95% 떨어진 630.2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역시 2017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이날 국내 증시는 지난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오전 중 최대 2%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10시30분 중국 증시가 하락 출발하며 영향을 받았고, 오후 들어 반등에 대한 기대 심리가 꺾이며 낙폭을 키웠다. 미수 거래로 주가 상승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이 대금 결제를 하지 못해 나온 반대매매 물량도 상당수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증시 급락에 따른 대책을 내놨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증권유관기관을 중심으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운용하고 ▲불법 공매도와 허위사실 유포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책이 나온 후 증권업계는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5000억원의 이른바 증시안정자금 중 3000억원은 기존에 발표한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의 연장선이었다. 새로운 내용은 2000억원을 추가 조성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투자한다는 정도인데,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만 1000조원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안될 거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 연기금 주식투자 담당자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이후 국내 증시가 이른 시일 내에 안정될 거라는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며 "수급이 무너진 상황에서 5000억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망한 국내 운용·투자업계에는 정부의 대응보다는 이른바 '파월 풋'에 더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지금의 금융 불안과 증시 급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서 비롯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풋)하면 투자심리가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연준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주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현지시간 25일 "최근 주가하락이 경제 전망에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최근의 증시 급락이 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한편 이날 금융투자협회와 국내 22개 증권사 사장단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선 금융위가 내놓은 대책에 적극 협조하고, 협회 차원에서의 대책반을 가동하겠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대책만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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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29일 15: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