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주 맞는 현대커머셜…현대車 입김 줄이고 정태영 부회장 지배력 강화?
입력 2018.10.30 07:00|수정 2018.10.31 09:26
    어피니티 2대주주로 등극
    정태영 부회장 지분율 17%→13%로
    금융사 지원 끊은 현대차…정 부회장에 기회?
    • 현대커머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새 주주를 맞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와 맞물려 주주 구성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정태영 부회장(대표이사)의 지배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다.

      현대커머셜이 14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인 현대차(50%)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33.3%), 정태영 부회장(16.7%)의 지분율도 각각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현대카드에 지분을 투자하며 현대차그룹과 연을 맺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현대커머셜 지분 25%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커머셜의 이번 자본유치는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동시에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오너일가의 기존 지분율이 50% 달하기 때문에 이미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포함돼 있는데, 정부의 규제는 기존 보다 강화하는 추세다. 일감몰아주기 대상이 오너일가 지분율 30% 이상 기업에서 20% 이상 기업으로 확대되면 기존 대주주들의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증자가 완료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만 몸집을 줄여놓은 탓에 추후 후속 작업을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 현대차그룹은 이미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지 않는 상태다.

      캡티브마켓을 보유한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부진에 실적이 꺾였고, 현대카드의 성장세도 멈췄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이후 순손실이 늘어난 현대라이프생명(푸본현대생명보험)은 대주주였던 현대모비스가 증자에 불참하며 사실상 손을 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에서 현대차가 대부분의 업무를 외국계 증권사에 일임할 정도로 현대차증권의 그룹 내 위상은 미미하다.

      이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사정권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금융계열사들은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 현대카드를 총괄하고 있는 정태영 부회장이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대카드를 업계 수위권으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정 부회장은 정명이 고문의 남편이다. 현대차 오너일가와 피가 섞인 친족관계는 아니지만 추후 그룹의 분리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 높은 인사로 손꼽혀 왔다.

      사실 현대차가 향후 금융계열사를 이끌고 갈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금융계열 분리를 통해 지배구조 밖에서 우회적인 지원에 나설지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금융산업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가는 동안 현대차는 정부의 규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 구매 프로그램, 차량 내 결제 플랫폼 도입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금융사와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 완성차 업계의 현실이지만,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본격화하면 현재의 금융과 산업이 혼재된 체제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금융사를 당장 떼내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끌고 가는 것도 부담이 크다"며 "중간금융지주 도입이 가시화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방식으로든 금융사 처리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커머셜의 자본유치가 정 부회장의 지배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의 특성상 투자금회수(엑시트)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수년 내 정 부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의 지분율 변동이 전망된다. 이에 앞서 현대차가 현대커머셜에 대한 지분율을 낮춰 계열분리를 시도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예상해 볼 수 있다.

      두 방안 모두 정태영 부회장에겐 지분율을 늘려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종로학원 지분(73%)를 매각하며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2012년 녹십자생명(현재 푸본현대생명보험)을 인수하며 금융그룹 수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비췄던 정 부회장이지만 그룹 내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변수다. 실적 향상이 정체된 현대커머셜, GE와 결별한 이후 어피니티가 경영에 참여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현대카드의 상황을 비춰볼 때 '현대카드=정태영'의 인식이 희미해진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