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아 사모펀드로 이직한 회계사들, 처우 불만에 U턴하기도
입력 2018.10.30 07:00|수정 2018.11.01 16:35
    PE 우후죽순 생기면서 인력수급난
    영입1순위는 M&A 경험있는 회계사
    젊은 회계사들 꿈보고 이직하지만
    PE업계 현실 녹록지 않아
    • 젊은 회계사들의 사모펀드(PEF) 이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펀드 운용사들이 생겨나면서 인수합병(M&A) 경험이 있는 회계사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PE 이력을 쌓고 싶은 젊은 회계사를 중심으로 이직 행렬에 나서고 있다.

      다만 PE들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문을 닫는 곳도 많아지고, 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예전만 못하고 일부는 다시금 회계법인으로 ‘유턴’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대형 회계법인 재무자문 본부의 최대 고민은 '인력유출'로 알려진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대기업 매물부터 상속과 관련된 중소기업 매물까지 M&A 시장은 점점 커지는 데 실무를 담당할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한해 뽑는 회계사수는 정해져 있어 공급을 늘리긴 힘든 반면 회계사를 원하는 곳은 더욱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젊은 회계사들이 갈 곳은 늘어났다. 이들을 원하는 대표적인 곳이 PE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PE 숫자만 444개에 이른다. 이 중에 새로 생긴 곳만해도 135개다. 사상최대 규모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에 관한 규제가 완화하면서 M&A 경험이 있는 이들 상당수가 앞다퉈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리고 있다. 지난달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지면서 PE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들이 대형 회계법인 재무자문 본부 출신들을 선호하는 이유도 있다. 일단 M&A 필수 단계인 실사작업을 해 본 인력이므로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또한 재무자문 본부에 있다 보면 글로벌 PE와도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적지 않다. 이른바 KKR, 칼라일 등과 일하면서 이들의 문화와 요구사항을 세밀하게 이해하는 인력 공급처는 회계법인 만한 곳이 없다는 의미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아무런 트랙레코드가 없는 신생 PE의 경우 회계사가 일한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기도 한다”라며 “일례로 KKR 등과 일한 회계사를 영입해 투자자(LP)들에게 그 회계사와 KKR의 관계를 어필하는 식으로 영업을 한다”라고 말했다.

      거꾸로 PE와 함께 일해 본 젊은 회계사를 중심으로 이직을 하려는 수요도 있다. 직접 딜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PE와 달리 회계법인의 업무는 이들의 자문 역할에 그친다. 딜을 주도하고 싶은 데다 PE 경력을 원하는 젊은 회계사들이 이직을 원한다.

      하지만 이들이 PE로 옮기더라도 꿈꾸던 것과는 다른 현실에 실망한 이들도 나오고 있다.

      M&A 시장이 바이어 중심에서 셀러 중심 시장으로 바뀌었고, PE 숫자만 500여개에 육박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IMM, 스틱 등 국내 주요 PE들에선 이전과 같이 파트너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독립계 PE가 아닌 금융계 PE는 명맥마저 끊기고 있다.

      그나마도 블라인드 펀드가 있는 운용사의 경우는 처우는 낫다. 반면 신생 PE는 관리하는 펀드가 없으니 수수료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 운이 좋아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더라도 수수료가 크게 줄다보니 회사 운영비용 충당이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일부 프로젝트 펀드는 투자자와의 관계 때문에 수수료 없이 일하기도 한다.

      연봉 수준은 같은 연차의 회계법인과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PE의 경우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하다 보니 업무강도는 더 세다. 결국 '성공보수'(Carried Interest) 정도가 PE 이직의 메리트란 자조적인 평가도 나온다.

      한 PE업계 관계자는 “실무에 뛰어들 수 있는 연차의 회계사 연봉이나 PE 운용역 연봉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며 “IMM, 스틱 등 국내 유명 사모펀드들에선 파트너 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국 큰 돈을 벌기 위해선 PE를 새로 차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E로 갔다가 다시금 회계법인으로 돌아오는 케이스도 종종 발생한다. PE를 전전하느니 차라리 회계법인 파트너가 안정적이란 판단에서다. 회계법인 입장에서도 PE 경험을 쌓고 온 회계사들이 실무 이해도가 높다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PE 경력도 재무자문에서 일한 것과 차별 없이 인정해 주는 분위기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이전에는 PE로 이직하는 경우만 있었지 다시금 돌아오는 경우는 없었다”라며 “하지만 요즘엔 오히려 되돌아오는 케이스도 종종 생기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