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코웨이 인수, 자금 75%는 한국증권이 마련…사실상 인수주체?
입력 2018.10.30 07:00|수정 2018.10.31 09:23
    지분 22.17%, 1조6850억원 규모
    한국證 4000억원 LOC 발급…인수금융 9000억원은 별도
    스틱, 기관모집 실패 시 씽크빅 추가 증자
    한국證 4000억 한도 내 자본투자 계획
    인수금액 1조7000억 中 1조3000억 대는 상황
    • 웅진그룹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코웨이 되찾기에 나섰다. 급진적으로 진행된 이번 거래의 성공여부는 웅진그룹과 스틱이 '자금 모집'을 성사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인수자금의 대부분은 한국투자증권이 총액인수까지 제안하며 책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웨이 인수금융 주선을 맡고 있으며 '총액인수 제안'이 주선사 지위를 따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금액은 지분 22.17%에 총 1조6850억원이다. 주당 매각금액은 10만3000원으로 시가 대비 경영권 프리미엄 약 25%가 가산됐다. 사실상 MBK파트너스가 두 차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을 통해 지분 10%를 줄인 만큼 웅진그룹의 부담도 다소 줄게 됐다.

      코웨이 인수자금은 크게 ▲에쿼티 투자 ▲인수금융으로 나뉜다. 인수금융은 최대 약 9000억원 규모로 한국투자증권이 주선을 맡고 있다. 향후 국내 증권사 등에 셀다운(Sell-down)하는 형식이다.

    • 총 1조7000억원 중 인수금융을 통해 약 8000~9000억원가량을 조달하고 가정하면, 웅진그룹과 스틱이 나머지 8000~9000억원의 자금을 모아야 한다. 웅진그룹이 4000억원, 스틱이 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스틱은 출자확약서(LOC)를 발급한 상태다.

      웅진그룹은 현재 웅진씽크빅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다. 내년 1월에 증자를 실시하는데 현재는 총 1700억원의 자금 조달이 목표다.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최대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웅진 측은 설명하고 있다.

      웅진그룹의 부족한 2000억원의 자금은  보유현금과 단기자금 대출 성격인 브릿지론(Bridge loan)을 이용해 마련한다.  브릿지론 자금 최대 2000억원 중 약 1500억원에 대해선 6개월 내 상환 계획을 갖고 있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롤오버(Roll-Over) 한다는 자금 스케쥴을 세웠다.

      스틱은 당장 출자 가능한 블라인드펀드가 없다는 점이 변수다. 스틱은 지난 2016년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 받아 6000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를 결성했으나 현재 95%가량을 소진한 상태다.

      결국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탓에 스틱은 올해 중순부터 국내 주요 연기금을 대상으로 프로젝트펀드 출자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이 출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틱이 이미 주요 기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고,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스틱은 현재 국민연금 라지캡(Large-Cap) 위탁운용사 선정에 참여한 상태다. 선정 결과는 11월 경 나온다. 위탁운용사 최종 선정 전, 국민연금으로부터 프로젝트펀드 출자를 확약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스틱이 라지캡 부문 위탁운용사에 선정된다 가정 하더라도 펀드 자금을 코웨이 인수에 사용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통상 블라인드펀드 결성에는 앵커 출자자(LP)의 출자 이후 최소 1년가량 걸리는데, 코웨이 거래 종결(클로징)은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

      만약 스틱이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펀드 출자를 받지 못할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보전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4000억원 규모의 총액인수 LOC를 발급한 상태로, 스틱이 목표한 자금모집에 실패하면 자기자본을 출자할 계획이다. 출자방식은 향후 웅진씽크빅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인수하는 식이다.

      결국 9000억원의 인수금융과 최대 4000억원의 총액인수 등을 포함하면 인수자금 1조7000억원 중 1조3000억원의 자금을 한국투자증권이 책임지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 주선사 지위를 받은 것 또한 이 같은 총액인수 제안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MBK파트너스와 급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인수에 성공했지만 딜클로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며 "한국투자증권이 총액인수까지 제안하면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자금 출자를 살펴보면 사실상 한투가 인수주체로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의 끊임없는 구애(?)에도 진척이 없던 이번 거래는 MBK파트너스가 전향적 입장을 바꾸면서 성사됐다. 윤석금 회장 또한 "거래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지는 몰랐다"며 "인수 이후 사업 계획에 대해선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은 MBK가 그동안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줄여온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양측 모두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데 웅진그룹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거래가 성사된만큼 보유하고 있는 우선매수권도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 MBK 입장에서도 이번 거래가 그다지 손해 볼 거래는 아니라는 평가다.

      MBK는 애초 코웨이를 주당 3만원 대에 경영권을 인수, 단순 주당 매각금액으로 3배가량의 차익을 남기게 됐다. 그동안 매년 2000억원 이상을 배당으로 챙겼고, 두 차례의 블록딜을 통해 회수한 자금을 고려하면 차익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주가는 전일 대비 25%가량 하락했고, 기관 및 개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웅진그룹은 향후 "MBK파트너스의 기존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친주주정책을 이어가고, 웅진그룹 또한 차입금 이자 상환 스케쥴을 짜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거래 종결은 내년 3월로 계획돼 있다. 컨소시엄의 자금조달 여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 등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일정은 다소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