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차량공유 시장 진출 초읽기…카카오 카풀 안착에 '촉각'
입력 2018.11.02 07:00|수정 2018.11.06 09:25
    현대차 차량공유 시장 진출 시도 번번이 무산
    럭시(LUXI) 투자·AJ렌터카 인수 모두 '실패'
    카카오 카풀 안착시 현대차 시장 진출도 '가속도' 전망
    • 카카오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도 카풀(Carpool)을 비롯한 차량공유 시장진출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운송업계 반발에 이제껏 차량공유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카카오 카풀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현대차 또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부회장이 올해 직접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을 만큼 현대차의 모빌리티서비스에 대한 사업확장 의지는 강하다.

      현대차는 해외에서 이미 아이오닉 전기차를 활용한 카셰어링(Car-Sharing) 서비스를 시작했고, 전 세계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동남아 그랩(Grab)에도 소수 지분을 투자했다. 호주 업체 카넥스트도어(Car next Door)와 인도 차량공유업체 레브(Revv)를 비롯해 올해 해외 투자의 대부분을 차량공유와 모빌리티서비스 분야에 집중했다.

    •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시장 진출이 뒤쳐진 것은 사실이다. 제조업 기반, 즉 완성차가 그룹의 주축이었던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뒤늦게라도 저변을 넓혀나가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해외 투자 노력과 달리 국내에선 이렇다 할 차량공유 시장 진출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카풀 업체 럭시(LUXI)에 지분을 투자했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투자 6개월만에 럭시 지분을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했다. 럭시 지분 100%를 확보한 카카오는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 카풀'을 시장에 선보였다.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는 해외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차량공유 서비스 제공을 심도있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의 미래사업을 담당하는 전략기술본부에선 이미 사업성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략기술본부에서 이미 사업 검토를 마치고 일부 사업부를 대상으로 국내외 모빌리티 서비스 진출에 관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차량공유 서비스 진출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골드만삭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약 39조원(약 360억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차량공유 시장이 2030년엔 300조원(약 285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자율주행차량 보급이 가시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활용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고안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까지 AJ렌터카 인수를 검토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AJ렌터카 인수를 통해 현대차의 핵심 사업인 수소연료전지차의 충전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동시에 불특정 다수의 운전자로부터 자료를 수집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지도구현(Mapping) 기술, 운전자의 운행 습관과 같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결국 SK그룹이 AJ렌터카를 인수했고, 현대차는 시장진출에 실패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특허청에 차량공유와 관련해 ▲Wonder Move(원더무브) ▲Wonder Pool(원더 풀) 2건의 상표등록출원서를 제출했다. 두 상표 모두 카셰어링서비스·카풀서비스·차량임대업 등의 상표로 분류돼 있다. 'Wonder Move' 상표의 경우 현대차가 우선심사신청서를 제출해 특허청이 지난 9월 상표 등록을 확정했다.

      카카오의 카풀 시장 진출 선언은 현대차가 차량공유 시장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카카오가 카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현대차가 한결 수월하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현대차가 직접 카풀 서비스를 내놓을지 아니면 시장 진출에 성공한 업체에 투자 또는 조인트벤처(JV) 형태의 연착륙을 시도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의 가장 큰 내수 고객인 택시와 운송업계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탓에 직접 진출보단 카카오와의 협업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카카오i'를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기술에 적용하기 위해 카카오와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수위의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가 공유차량 분야에서 가장 뒤쳐진 게 사실이다"며 "당장 시장 진출을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의 규제가 다소 완화하고 카카오 카풀이 시장에 자리잡으면 현대차 또한 모빌리티서비스 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