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했던 10월, 증시 폭락에 떨고 있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입력 2018.11.05 07:00|수정 2018.11.06 09:07
    증시 폭락에 증권사별 책임론 거론
    연말, 재계약 시즌 앞두고 불안감 증폭
    • 10월 증시가 폭락하자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구성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각 증권사 내부적으로 리서치센터에 대한 일종의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인데, 재계약 시즌을 앞둔 애널리스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1월~12월은 국내 증권사 계약직 임직원들의 재계약 시즌이다. '리서치센터', 'IB 부서' 등은 증권사 일반 직군과 성과체계가 달라 계약직 임직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특히 애널리스트 대부분은 연봉 계약직 형태로 증권사에 고용돼 있다. 계약 기간은 보통 1년 단위지만 개인별로 계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이직 시 '고용보장 3년'과 같은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올해는 예상치 못한 증시 폭락이 발생하면서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분위기가 상당히 악화됐다. 당장 주식운용을 비롯한 실무부서에서 리서치센터에 "현재와 같은 상황을 왜 예견하지 못했나", "경고 신호라도 줘야 했던 것 아니냐"는 식의 불만을 쏟아내는 곳이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와 같은 주식시장을 예상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 변수에 의해 증시가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것을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재 수익자들을 중심으로 증시 예상과 개별 종목 전망에 관한 레포트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팀장급 인사는 "주요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상당히 악화하고 있다"며 "증시가 이 정도로 빠지면 결국 회사 내부에선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데 리서치센터에 그 화살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 증권사들 애널리스트들의 예측력 부족이나 시장에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크로와 관련한 전망은 차치하고, 특히 개별 종목에 대해 리포트를 발표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증권사 핵심 고객인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코멘트를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개별 종목 분석 레포트들은 대부분 '매수' 일색이다. 실제로 올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는 '현대차 어닝쇼크' 당시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차 그룹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왔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증시 폭락에 대해 개별 애널리스트들와 리서치센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데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미ㆍ중 무역갈등 심화와 같은 외부변수가 시장 전반에 패닉까지 일으킨 상황은 웬만해서는 예측이 어렵다. 이를 빌미로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과다하다는 것.

      동시에 리서치센터에 대한 증권사들의 '홀대'가 심화되어 '희생양'으로 삼는 수준까지 이어지면 국내 리서치센터의 실력배양마저 요원한 일이 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상당수 증권사들이 실적이 좋을 때는 앞다퉈 리서치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다가, 증권사 실적 부침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가장 먼저 쳐내는 조직이 바로 리서치센터였다. 트레이딩, IB와 같이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가 아닌 탓에 리서치센터를 '비용을 쓰기만 하는 부서'로 취급해온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증권사들보다 국내 리서치센터의 역량부족이 발생하는데는 이런 국내 증권사들의 고질적인 행태가 한 원인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국내 금융사 리서치센터의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를 '비용만 쓰는 부서'가 아니라, 정확한 분석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고객들의 주문을 유도하는 '프론트 부서'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별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자체적인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리서치 부서를 취급해온 증권사들의 대응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