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앞둔 대기업 임직원들, ‘오리무중 속 노심초사’
입력 2018.11.07 07:00|수정 2018.11.08 10:03
    재벌개혁 분위기 속 잡음 내지 않는 인사 중요해져
    SNS 등 평판 관련 변수도 늘어
    인사 앞두고 사건사고 나지 않을까 걱정
    • 재계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듯 '과감한 변화'와 '조직 안정화'를 두고 각 그룹들은 장고에 들어갔다.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오너가 돌아온 그룹도 있고 오너 경영인이 교체된 그룹도 있다.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타개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 그룹들이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라 인사 대상자들은 어떤 결정이 떨어질지 바라만 보고 있다.

      삼성은 연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일단은 안정적인 인사를 택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온다. 올해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된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에선 핵심 인재 발탁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기아차는 비상 상황이다.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그룹 신용도도 흔들리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새로운 얼굴을 영입하고 일부 측근들을 대거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상품전략 및 디자인, 미래차 담당 사령탑이 교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 기약할 수 없어 연쇄적인 수시 임원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원들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곳은 LG그룹이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정기 인사다. 전반적인 기조는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한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두 60대라 세대 교체 가능성은 열려있다. 구 회장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전문경영인의 안정적 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숨 고르기를 할 수도 있다. 반면 젊은 LG를 만들기 위한 세대교체,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이 호성적을 거두면서 연말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계열사별 실행방안을 점검한 올해 CEO세미나가 연말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얘기가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롯데는 과감한 쇄신 인사가 예상된다. 계열사 대표 상당 수가 내년 3월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고,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혁신을 추진하는 분위기가 작용할 여지가 있다.

      각 그룹이 처한 상황, 그에 따른 인사 조치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인사 대상인 임원, 또는 임원 승진 대상자인 부장급들의 속내를 비슷하다. 요약하면 ‘오리무중(五里霧中)’ 속 ‘노심초사(勞心焦思)’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비해 변수들이 더 많아지면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인사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벌 개혁 기조가 이어지고 이에 호응하는 여론이 많다보니 오너들 입장에선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이러는 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거나 이를 야기시키면 인사 대상자들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특히나 SNS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각 기업의 속사정과 임원들의 갑질 사례가 올라오면서 변수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부하직원과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은 현 시점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데 이를 고발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여파도 커지고 있다”며 “오너 성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개인 성과가 좋다 하더라도 그룹 이미지를 깎아먹는 행위를 하거나 이를 방관하면 긍정적인 인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오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단어들, 예를 들면 ▲대기업 갑질 ▲정권 코드맞추기 등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면 인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임원이 되려는 직원들, 또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임원들은 평소에 주변 정리를 더 잘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어떤 일도 터지지 않길 바라고, 또 결과가 좋든 나쁘든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올해 남은 두달간 숨 죽인 채 인사 결과만 지켜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속내다. 일찌감치 인사를 마친 CJ그룹이 부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