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된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어설픈 정책, 6개월만에 실패"
입력 2018.11.09 07:00|수정 2018.11.12 09:27
    공모주 혜택 핵심…수익률 급락하고 정책기조마저 변화
    사모펀드는 승승장구…운용제약 역차별 해결 못해
    공모펀드 수익률 '처참'…"정책실패 대가 서민이 치뤄"
    • "사실상 6개월만에 수명이 끝났습니다. 역대 금융권 정책상품 중 최단 기간 아닙니까?"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코스닥벤처펀드 담당자)

      현 정부의 대표적인 코스닥 부양정책 중 하나인 '코스닥벤처펀드'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특히 운용상 제약 등으로 말이 많았던 공모 상품은 3년을 채워 세제혜택을 받는 투자자가 있을지조차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설픈 정책 도입부터 형평성을 잃은 정책 수정, 기존 정책을 뒤엎는 새 정책 도입까지, 코스닥벤처펀드를 둘러싼 논란은 두고두고 이번 정부의 과오로 남을 것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의 총 설정액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제도가 도입된지 불과 4개월만이다. 특히 공모형 펀드의 최대 설정액 총계는 7090억여원으로 줄었다. 최대치 대비 10%나 자금이 빠져나갔다. 7월까지만 해도 코스닥벤처펀드의 성과를 앞장서 홍보하던 금융투자협회는 9월말 이후로 설정액 집계를 중단했다.

      정부가 지난 연말부터 벤처·혁신기업 자금 공급을 위해 코스닥을 부흥시키겠다고 외쳤지만, 시장을 이기진 못했다.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은 글로벌 변동성에 따라 출렁이다 '6월 쇼크'에 이어 '10월 쇼크'를 얻어맞고 빈사 상태에 빠졌다.

      12개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2.7%다. 설정 이후 20% 가까이 빠진 펀드도 4개나 된다. 최대 130만원의 세제혜택을 기대하며 코스닥벤처펀드에 3000만원을 투자한 투자자라면, 이미 600만원 가까운 평가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다.

      애초에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코스닥벤처펀드의 핵심 매력은 '공모주 배정 우선권'이었다. 코스닥 공모주에 배정되는 기관 물량 60% 중 30%를 코스닥벤처펀드에 배정하는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올해 초만 해도 최근 1년 공모주 평균 수익률이 50%를 넘나들었다. '3년'이나 보유해야 '찔끔'주는 세제 혜택보다는 공모주 혜택을 보고 뭉칫돈이 몰렸다.

      당시 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가 많았다. 공모주 수익률이 언제나 높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연평균 공모주 수익률은 플러스보단 마이너스인 해가 더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스닥벤처펀드 정식 출범 이후 지난 6일까지 코스닥에 신규로 상장한 30개 기업(스팩 제외) 중 절반이 넘는 18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평균 하락률은 24.5%에 달하고, 최대 48.8%나 떨어진 기업도 나왔다.

      30개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전체 평균 수익률(단순 평균)도 12.7%에 머물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 정책을 도입한 시점 대비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그나마도 내년부턴 이 같은 우선권조차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내년부터 기업공개(IPO) 주관사가 물량 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코스닥벤처펀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사실상 우선 배정권이 6개월만에 사라지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30% 우선 배정은 과도한 혜택이었기 때문에 조정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라면서도 "코스닥벤처펀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불과 반 년만에 손바닥 뒤집듯 방침을 바꾼 금융당국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상 역차별도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

      공모펀드는 무등급 메자닌 채권에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인해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대부분 주식과 공모주에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현금이나 국공채로만 자산을 운용할 수 있었다.

      반면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지난 5~6월 사모 메자닌을 대거 자산으로 편입했다. 공모형 펀드의 경우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대안을 마련했지만, 9월이 돼서야 관련 제도가 정비됐고, 불과 이틀 전인 지난 5일에야 첫 무등급 메자닌 투자 사례가 나왔다.

      이는 코스닥 급락기 수익률의 차이로 나타났다. 공모형 12개 펀드의 설정 이후 평균 수익률은 -13.4%로 부진하지만, 사모형 220개의 설정 이후 평균 수익률은 대부분 5%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월말 기준 수익률이 20%를 넘어가는 펀드도 3개나 된다.

      메자닌의 경우 주가 하락기에 전환권 등 주식 관련 옵션의 가치가 오히려 커진다. 가격재조정(리픽싱;Re-fixing)을 통해 더 싼 가격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까닭이다. 리픽싱으로 인한 권리의 가치 상승분은 곧바로 기준가와 수익률에 반영된다. 10월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며 한 달 동안에만 157개 메자닌 채권의 주식옵션 행사가액이 리픽싱됐다.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가입금액이 최소 1억원에서 최대 1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 수익률이 버텨주면서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의 총 설정액은 지난 8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일반적인 서민이나 중산층은 상식적으로 코스닥벤처펀드같은 고위험 자산에 1억원 이상을 투자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정부를 믿고 공모형 펀드에 투자한 서민·중산층이 정책 실패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