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증시 돌아왔다는데…코스피 대형주로 수급 쏠려
코스닥에선 자금 운용 한계…추세적으로 이탈할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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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를 떠받쳐온 기관투자가의 핵심인 연기금이 지난 10월 폭락장 이후 코스닥은 팔고 코스피를 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코스닥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부 시책에 맞춰 연기금들도 한결같이 '바이(Buy) 코스닥'을 외쳤던 연초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올해에만 세 차례 폭락장을 겪은 연기금이 코스닥에서 자금을 운용하는데 한계를 느낀데다, 성장주 위주의 코스닥은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달 들어 8일까지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1458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대신 1564억원어치의 코스피 시장 주식을 담았다. 연기금은 지난 7일에는 단 하루에만 1327억원어치의 코스닥 주식을 던졌다. 하루 순매도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이었다.
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보여줬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현 정부가 혁신·벤처기업 자금공급을 위해 코스닥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자 연기금은 이에 부응했다.
연기금은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에서 총 110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우며 코스닥 주식을 22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분기에도 196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반기에만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코스닥에 투자했다.
그러던 연기금이 11월 들어 단 일주일만에 상반기 순매수 규모의 3분의 1을 도로 내놓은 것이다. 같은 기간 '저점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에서 6300억원을 순매수하며 연기금이 내놓은 물량을 가져갔다.
11월 들어 뒤바뀐 연기금의 움직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10월 폭락장에서 속수무책으로 코스닥 주식 손절매에 나섰던 연기금이 연말 수익 결산을 앞두고 '전략 수정'에 나섰다는 의미라는 것.
한 연기금 주식운용 담당자는 "지수가 무너지며 두 차례 저점을 확인한 10월 말부터 국민연금쪽 자금이 주식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코스피의 저평가 대형주를 쓸어담고 코스닥 중소형주를 내다파는 것으로 알려지며 다른 연기금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코스닥 투자 확대에 나섰던 연기금이 폭락장을 경험한 이후 코스닥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10월 한 달간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가 13.4% 떨어지는 동안 코스닥 지수는 21.1% 급락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에는 중소형주가 많고 아무래도 수급이 약하기 때문에 큰 손인 연기금이 팔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바이오 등 성장주는 주가순이익비율(PER) 등 상식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주가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도 안정적인 운용이 필요한 연기금에겐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증시 관련 정책은 여전히 코스닥만을 향하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천명한 지난해 말 이후 코스닥 종목을 포함한 새 지수 KRX300을 만들었고,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막던 투자종목 제한 내부규정을 수정하도록 독려했다. 10월 폭락장에서도 시장 안정 대책으로 가장 먼저 내놓은 게 '3000억원 규모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조기 운용'이었다.
정부 정책에 순응하며 발걸음을 맞추던 연기금이 결국 '시장 논리'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돌아선 것이라는 평가다. 중장기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는 대표적 '롱 펀드'인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에서 빠져나감에 따라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또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질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연기금이 앞으로도, 추세적으로도 코스닥에서 빠져나갈지는 좀 지켜봐야할 것"이라면서도 "그간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결국 코스닥을 활성화 시키지 못했음이 어느정도 확인된 이상, 수익률 압박이 큰 연기금이 올해 초처럼 코스닥 주식을 담기는 당분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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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