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전망은 '반대'? 매크로 휘둘리는 개방경제 탓
입력 2018.11.22 07:00|수정 2018.11.21 15:36
    급변하는 대외변수에 취약…"파월이 매파일 줄이야"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 추정하는 작업 자체에 의미"
    • 올해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리서치 무용론'이라는 뭇매를 맞으며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지난해 내놓은 장밋빛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탓이다.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의 꿈은 먼지가 됐고, 지수는 10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버렸다.

      리서치센터만 탓할 일은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합리적인 추론'으로 받아들여졌던 전망들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대부분 해외 변수였다. 우리나라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급변하는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제시한 코스피 목표치는 2300~3100이었다. 사상 최초로 3000을 넘길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있었다. 국내사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노무라증권 역시 '코스피 3000은 희망의 영역이 아니라 예측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예측은 빗나갔다. 올해 2번 정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4회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덕분에 6월이면 한풀 꺾일 거라던 강(强) 달러 역시 올해 내내 유지되고 있다.

      한 증권사 전략담당 연구원은 "지난해 말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의장이 됐을때까지만 해도 '비둘기파', '친시장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며 "파월 의장이 이토록 강경하게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며 기준금리를 밀어올릴 줄은 그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중간선거 전에 화해할 것이라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패권 다툼으로 번졌다. 당장 내년 초 중국의 대미국 수출의 거의 대부분의 품목에 최대 25%의 관세가 붙게 된다. 미국은 하반기들어 무역수지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과 환율도 문제삼기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 잦아들 줄 알았던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지자, 외국인 자금은 국내 증시를 앞다퉈 빠져나갔다.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전망도 다소 어긋났다.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경기가 2019년 상반기에야 꺾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반도체 업황 우려는 올해 하반기부터 현실화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60조원에 달했지만, 지난달 급락장에서 한때 260조원까지 밀렸다. 불과 1년새 100조원이 날아간 셈이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은 지수 급락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시장은 리서치센터 전망의 반대로 움직인다'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리서치센터에서 2019년 전망을 보수적으로 내야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물론 이는 결과론적인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이다. 지난해엔 64%나 됐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구조다. 국내 경제는 미국이 흔들려도, 유럽이 흔들려도, 중국이 흔들려도 몸살을 앓아왔다. 이를 모두 예측해 레포트에 담아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리서치센터의 전망은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흐름을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엔 아무래도 낙관론이 많이 반영됐지만, 2019년 예측은 분위기상 보수적인 전망이 많아 정확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