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간 회사 트레이딩 이익 2707억원→5736억로 급증
회사 이익은 2배 이상 늘었지만 오히려 상여금 감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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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의 숨겨져 있던 '연봉왕'들이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김성락 전 한국증권 본부장(전무ㆍ22억원)ㆍ김연추 차장(22억원) 등이다. 이어 김성락 전 본부장의 미래에셋대우로 이직 사실이 알려졌고, 증권가에서는 관련팀이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얼마를 더 받길래 22억원을 받는 이들이 회사를 옮기느냐"라는 세간의 평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김성락 전 본부장은 오히려 한국증권에서 지난 몇년간 보너스를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이나 유상호 대표보다 성과급을 더 받으며 사내에서 인정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회사 실적이 2배 이상 늘어날 때 본인 상여금은 줄었다는 의미다.
화제가 됐던 김성락 전 본부장의 보너스의 경우. 지난해 지급된 상여금은 총 21억4700만원으로, 이는 '2014년분 6억원+2015년분 5억4900만원+2016년분 1억9800만원+2017년분 8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금액과 한국증권이 밝힌 보너스 지급기준으로 역산하면 매년 그에게 책정된 보너스는 ▲2014년 25억원 ▲2015년 30억5000만원 ▲2016년 11억원 ▲2017년 20억원이다. 2년동안 보너스가 매년 줄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김 전 본부장 등의 보너스 내역은 사실 법이 바뀌면서 이번에 최초로 공개됐다.
원래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주요 기업의 5억원 이상 고액연봉자(보너스 포함) 가 공개됐다. 다만 이때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이사'가 5억원 이상을 받을 때만 내역이 공개됐는데 이후 기업 오너들이 보수를 공개하지 않으려 등기이사를 떼는 일도 생겨났다.
이에 올 상반기부터 일반 임원ㆍ직원도 연봉+보너스가 5억원이 넘으면 '사내 보수 톱5' 형태로 공개하도록 했다. 처음 공개되는 시점이 올해 반기보고서부터였다. 한국증권 고액 성과급을 받는 이들도 이 과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지급 내역은 반기보고서 등에 회사가 의무적으로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이들에게 적용된 급여ㆍ상여 지급기준 및 내역에 따르면 이들은 과거에도 매년 20~30억원대 보너스를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0년 증권사 임직원의 잦은 이직을 막기 위해 '성과급 이연제'를 도입했다. 성과를 낸 해 보너스를 그 해에는 총액의 40~60%만 지급한다. 나머지 보너스는 이후 3년간 나눠서 주도록 하는 제도다. 그리고 해당 임직원이 퇴사하면 3년간 나눠받게 될 보너스는 못받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성과를 낸 해에는 책정된 보너스의 40%만 지급했다. 나머지 60%를 다시 쪼개서 향후 3년에 걸쳐서 매년 30%, 30%, 40%를 지급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그해 보너스가 10억원이 책정됐으면 일단 연말에 4억원을 준다. 그리고 나머지 6억원을 1.8억원-1.8억원-2.4억원으로 3년간 나눠서 받는 식이다. 그 사이 회사를 떠나면 남은 보너스는 받지 못한다.
한국증권은 이 적용기준을 성과급 이연제를 도입한 이후 변하지 않고 적용했다. 해당 기준 역시 톱5 보수를 공개한 한국증권 반기보고서에 세부적으로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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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번에 보너스 내역이 공개돼 화제가 됐지만 김 전 본부장은 원래부터 고액 성과급을 받던 인물이라는 얘기다. 회사 수익 창출에 기여도가 높다는 점이 이유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김 전 본부장은 회사 전체 수익의 4분의 1 가까이를 창출해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회사 실적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김 전 본부장의 보너스는 급감했다.
일례로 2015년 30억원의 보너스가 지급됐으나 2017년 보너스는 2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그가 지휘하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운용을 통한 수익을 거두는 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2015년 2707억원에서 2017년 5736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3분기에만 4704억원을 벌었다.
달리 말해 회사 실적이 2배~3배 늘어나는 동안 보너스가 과거보다 깎였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김연추 차장의 성과급 보너스는 회사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책정액이 20억원이었지만 2017년 30억원으로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김 전 본부장 영입 협상 과정에서 퇴사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이연 성과급을 보장해주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이 퇴사로 받지 못하는 성과급은 총 24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여기에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 수준으로 보장하고, 최소 2년~3년의 임원 계약을 맺는다면 증권가에서 거론되는 '100억원 영입설'은 그리 허황된 얘기만은 아닌 셈이다.
올해 김 전 본부장보다 많은 성과급을 배정받은 김 팀장은 한국투자증권에서 이탈할 때 포기해야 하는 이연 성과급이 26억원으로 김 전 본부장보다 더 많다. 김 팀장은 증권가에 파다한 '동반 이직설'에도 불구, 아직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은 이들의 성과급 내역과 삭감여부ㆍ증감이유에 대해 "개별 수치를 확인해주거나 세부내역을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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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