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1조 주식 증여, 지금이 적기인 이유는 '주가'와 '배당'
입력 2018.11.28 07:00|수정 2018.11.29 14:34
    얼어붙은 지주사 투자심리, 회복기에 접어들어
    자회사 줄줄이 상장대기
    SK바이오팜 美 판매 개시 기대감도
    "SK㈜ 주가‧배당 상승 기대"…친족 상속세 부담도 '뚝'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친족들에게 1조원 규모에 가까운 SK㈜ 주식을 증여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증여세 부담으로 쏠리고 있다. 주식을 취득한 친족들에게는 증여분의 절반가량이 세금으로 부과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주사의 주가 흐름과 그룹 자회사들의 향후 계획을 따져봤을 때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친족들에게 증여한 주식은 SK㈜ 지분 4.64%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절반을, 17명의 친족들이 나머지 주식을 골고루 분배 받았다. 증여한 주식의 가치는 약 9228억원 수준으로, 주당 증여가액은 20일 종가 기준 28만500원이다. 현행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30억원을 초과하는 증여분에 관해서 50%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증여세는 납부기한이 지난 후 2개월 이내까지 납부할 수 있는 '분납'과 최대 5년에 걸쳐 납부할 수 있는 '연부연납'의 방식이 있다. 주식을 증여 받은 친족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최대 5000억원 수준이다. 친족들은 주식을 보유하면서 SK㈜의 배당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연부연납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 증여 타이밍은 좋다. 일단 SK㈜의 주가가 많이 빠진 상황에서 다소 저평가된 주식을 증여했고,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SK㈜의 주가는 국내 지주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 악화와 더불어 부진한 상황이었다. SK㈜는 주요 상장 자회사들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강도 높은 지주회사 규제가 시행되면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최근 들어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중순 25만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세를 띄고 있다.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다소 해결된 상황에서 기관들의 투자심리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국내 각 증권사들도 국내 주요 지주회사들에 대해 저평가됐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는 시점이다.

      국내 증권사 한 주식운용 담당자는 "올해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너무 강력하게 시행되면서 투자자들이 많이 이탈했지만, 규제가 더 이상 추가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며 지주회사들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금흐름이 양호하고 자회사들의 실적이 나쁘지 않는 지주회사라면 주가는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앞둔 자회사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뇌전증 신약판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바이오 부문은 SK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을 정도로 공을 들이는 분야다. SK그룹 내부에선 FDA 판매 승인을 확신하는 분위기로 전해지는데, 판매가 확정될 경우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초 상장전투자유치(Pre-IPO)를 위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투자자를 모집했고, 미국 나스닥(NASDAQ)과 국내 증시 상장을 두고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 최근의 신약판매허가를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다"며 "이 경우 SK바이오팜의 상장작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모회사인 SK㈜의 주가에 상당히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재무적투자자(FI), 신한PE‧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8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은 손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도 IPO가 가능하다. SK그룹은 FI의 지분을 2019년까지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 연 5.9%를 얹은 금액에 지분을 사오거나 IPO를 통해 투자회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올해 IPO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자회사‧손자회사들도 언제든 상장에 나설 수 있다. 올해 초대형 IPO 기업으로 손꼽혔던 SK루브리컨츠는 수요예측에 실패하며 상장을 자진철회했고, SK건설은 지난 9월까지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려 했으나 7월 발생한 라오스 댐 붕괴사고로 인해 무기한 연기 상태다. SK종합화학과 SK실트론도 IPO 가능성이 늘 거론돼 온 회사다.

      자회사들의 IPO는 곧 SK㈜의 현금 유입을 의미한다. 현금을 확보한 SK㈜의 배당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SK㈜의 주가상승과 배당증가에 따른 친족들의 증여세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도 SK그룹이 계획했던 사업이 착실히 진행된다면 SK㈜에 현금유입이 상당할 수 있다"며 "증여 목적을 차치하고, 타이밍만 본다면 지금이 가장 적기였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