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藥價) 샌드위치'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만이 살길?
입력 2018.12.13 07:00|수정 2018.12.14 09:33
    경쟁 바이오시밀러 가격 낮춰 진입
    오리지널 의약품도 인하, 견제 나서
    기대했던美시장은진출속도느려
    국내社제형 변화-빠른 출시 대응
    • 국내 바이오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가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2세대 바이오시밀러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 강도가 세진 가운데, 오리지널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 방어를 위해 가격을 인하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까닭이다.

      마진이 줄더라도 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지거나, 시장 내 점유율이 오르면 수익 성장이 가능하다. 다만 올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당분간 어려운 시기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3분기 7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47.5% 줄어든 것이다. 증권가의 예상 컨센서스와 비교해도 최대 50% 가까이 낮은 수치였다.

      원인은 바이오시밀러 경쟁 격화로 인한 공급가격 인하로 추정된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공급가를 낮추며 마진이 줄어든 것이다. 삼성증권은 2017년 27.6%에 불과했던 셀트리온의 매출원가율이 올해 41.8%로 급등하고, 내년엔 46.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실적 악화는 주로 '트룩시마'의 영향이지만, 셀트리온의 대표 제품인 '인플렉트라'(유럽명 램시마) 역시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노출된 상태다. 인플렉트라의 미국 판매사인 화이자는 지난해 하반기 인플렉트라의 공급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경쟁 약품인 '렌플렉시스'의 영향이었다.

      이전까지 인플렉트라는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보다 10%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돼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2세대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가 시장에 진입하며 오리지널 대비 가격 할인율을 35%로 결정하자, 인플렉트라 역시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2014년부터 함께 개발해온 당뇨병 치료제 '루수두나'의 상업화를 포기했다. 루수두나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개발한 블록버스터 의약품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다. 지난해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잠정 승인을 받았지만, 먼저 출시된 바이오시밀러 '베이사글라'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 증권사 제약 담당 연구원은 "1세대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2세대 바이오시밀러가 속속 시장에 진입하며 바이오시밀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원가 경쟁력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핵심 생존 조건으로 부각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에 순순히 시장을 내주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Abbvie)는 지난달 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유럽 내 공급가격을 최대 80% 할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 등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속속 유럽 판매 허가를 받자 내놓은 조치다.

      일각에서는 무주공산의 시장에 깃발만 먼저 꽂으면 됐던 바이오시밀러의 '황금 시대'가 벌써 끝났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뒤이어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자는 물론,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오리지널 제약사와도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 물론 마진이 줄어들더라도 판매 시장이 확대되거나, 시장 내 점유율이 오르면 이익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주요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주가 급등을 뒷받침하는 논리 중 하나이기도 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진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하반기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도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었다.

      미국 진출 2년차를 맞이한 인플렉트라의 지난 10월 말 미국 처방수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5.6%였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유럽 진출 속도보다는 확연히 느린 속도다. 램시마의 2년차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에 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 역시 파격적인 가격에도 14개월동안 1%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보험과 연계된 독특한 의약품 공급 방식을 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보험사가 얼마나 해당 의약품을 채택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인플렉트라와 렌플렉시스는 아직 미국 내 '상위 선호 보험사' 내 채택 비율이 한 자릿 수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제형 변화로 편의성을 높이거나, 한 박자 빠른 제품 출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이달 초 유럽 의약청(EMA)에 램시마의 피하주사(SC) 제형 허가를 신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의 정맥주사(IV) 방식은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해 2시간 가까이 투여받아야 하지만, SC방식은 환자 스스로 2분 내에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인플릭시맙 성분의 의약품은 모두 IV방식으로만 개발됐다. 만약 램시마SC가 허가를 받으면 최초의 SC제형 치료제가 된다. 투여 가능한 환자군이 넓어지는데다,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저해제 시장의 유일한 SC제형 치료제로, 비슷한 계열인 휴미라나 엔브렐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적으로 9조원대 규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 4월 애브비와 휴미라와 관련한 특허 협상을 일찌감치 매듭짓고 10월 바이오시밀러인 임랄디를 출시했다. 애브비와 특허와 관련해 사전에 협의에 이르지 못한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실테조'를 유럽시장에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 제약 담당 연구원은 "휴미라가 파격적인 가격 인하에도 최근 덴마크에서 수주에 실패했고, 영국도 휴미라 신규 계약 체결을 중단하고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건 사실이지만, 유럽의 정책적 지원과 미국의 우호적 자세를 감안하면 최근 우려는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